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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자 조선일보 3면에 이 신문 홍준호 선임기자의 정치분석 '한나라 향한 역풍, 태풍으로 번질까'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이 4·25 재보선에서 졌다. 져도 그냥 진 것이 아니라 예상을 뛰어넘는 참패였다. 한나라당은 국회의원 3곳중 2곳에서 졌고, 텃밭에서 벌어진 6곳의 시장·군수·구청장 선거중 5곳에서 완패했다. 심지어 국회의원이 대선주자로 나선 지역과 재선, 3선의원이 버티고 있는 지역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조차 맥을 쓰지 못했다.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에선 그동안 고연령층의 지지도가 높은 한나라당이 연전연승해왔다. 그 무패의 기록이 이번에 무참히 깨졌다. 한나라당에 역풍(逆風)이 불고 있다는 얘기이다.
역풍의 진원지중의 한 곳은 충청이다. 한나라당은 대전 서(西)을(乙) 국회의원 선거에서 거의 더블스코어로 졌다. 정치권이 이 결과에 주목하는 것은, 충청이 늘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쥐었기 때문이다. 충청은 1997년 DJP 연대이래 범여권 지지 성향을 보여왔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실정이 워낙 심해 이번엔 다를 것으로 기대했으나 선거 결과는 그런 기대와 한참 멀었다.
대전 선거는 열린우리당이 자당 후보를 사퇴시킨 가운데 한나라당과 국민중심당이 1 대 1로 벌인 승부였다. 따라서 범 여권이 추진해온 통합에 성공해 12월 대선을 한나라당과의 양강 구도로 만들어 낸다면, 대선 역시 한나라당에 만만치 않을 것임을 이번 선거는 보여줬다.
범여권 통합땐 대선도 만만찮아
물론 대전 보선은 후보간 인물 싸움이었던 측면이 있다. 충남도지사를 지내고 국민중심당을 만든 심대평당선자가 한나라당 이재선후보에 비해 우위를 점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합해서 지지도 70%를 오르 내리는 박근혜 이명박 두 대선주자가 전력투구한 선거에서 이렇게 일방적인 결과가 나온 건 한나라당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박, 이 두 대선주자는 경쟁적으로 선거현장을 찾아가 “정권교체를 위해 한나라당을 찍어달라”고 호소했으나 먹혀 들지 않았다.
역풍은 한나라당 강세 지역인 수도권과 영남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거셌다. 이들 선거에선 모두 무소속 후보들이 강세를 보였다. 한나라당 후보가 한나라당 출신 무소속 후보에게까지 밀린 것은 대선 게임은 벌써 끝난 것으로 여기고 안에서 밥그릇 싸움에 여념없던 웰빙정당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 결과이다. 재보선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진 내분에다 돈공천 의혹까지 터진 것이 그 생생한 증거이다.
재보선 참패로 한나라당 대세론은 급속히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분열만을 거듭해온 범여권은 통합을 향해 발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범여권 안에선 열린우리당보다 김홍업씨의 당선으로 호남의 맹주 자리를 더욱 굳힌 민주당과 대전 안방에서 이긴 국민중심당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호남과 충청의 국회의원 선거에선 아예 공천을 포기한 열린우리당이 통합의 주도권을 잡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따라서 서부벨트의 통합을 주장해온 ‘DJ 노선’은 힘을 받는 반면, ‘DJ 노선’을 지역정치 회귀로 비판해온 ‘노무현 노선’은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충청권 민심이 대선의 변수로 떠오르면서 충남이 고향인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과 국민중심당에 관심이 쏠릴 것이다. 여권 일각의 ‘정운찬 대망론’이 확산되면서 정 전총장의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이번 선거에서 정 전총장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고 심대평당선자는 자력 승리했기 때문에, 충청에서 정 전총장의 입지가 넓어진 것은 아니라는 또 다른 관측도 있다.
충청권 민심(民心) 큰 변수로 떠올라
서부벨트가 통합된다고 범여권이 1997년과 2002년의 승리를 재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도 충청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범여권으로부터 심당선자와 국민중심당을 떼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여전히 유력한 대선 후보가 떠오르지 않는 것은 범여권의 보다 근본적인 약점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가 대선의 기본 틀까지 흔들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다만 한나라당을 향해 불기 시작한 역풍은 결국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를 향해 몰려갈 것이고, 그 와중에 한나라당 내부가 흔들릴 수 있기에 대선정국의 유동성은 한층 높아졌다. 한나라당을 향한 역풍이 한때의 바람으로 그칠지, 아니면 태풍으로 번질지가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