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5일 사설 '국민은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지지한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미 FTA 타결 직후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5.9%포인트 올라 29.8%가 됐다. 다른 조사들도 비슷한 추세다. 대통령이 국익이 걸린 중대한 문제를 옳게 결단했는데 국민이 박수를 보내고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은 대통령이 대통령답게 보일 때 지지한다. ‘대통령답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노 대통령 스스로가 대국민 담화에서 밝혔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에 대해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내린 결단”이라고 했고, 한·미 FTA가 “정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라고 했다. 대통령이 정치적 손해를 각오하고 자기 편으로부터 비난 뭇매를 맞으면서도 국민이 먹고살 길로 걸어가는 모습에서 국민은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았다. 노 대통령은 한때 “국민 평가를 포기했다”고까지 했지만, 우리 국민은 대통령다운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인색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노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계속 내리막이었다. 대통령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취임 몇 달 만에 “대통령 못해 먹겠다”를 시작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폭탄 발언을 쏟아내는 데 지지하던 사람들조차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4년 동안 노 대통령 지지도가 의미 있게 올라간 적이 한 번 있었다. 탄핵사태 뒤 직무에 복귀한 노 대통령이 한동안 공격적인 모습을 자제하자 지지도는 올라갔다. 국민은 정확하게 보고 있다. 한·미 FTA후 노 대통령 지지도 상승에 대해 여권 탈당파 대변인은 “정치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국정에 전념한 것이 긍정적 작용을 했다”면서 국정 전념 기조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의 바람도 똑같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다음 주에 기어이 개헌안을 발의하고 국회에 나가서 개헌 촉구 연설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 개헌 국민투표를 한다면 아닌 밤에 홍두깨가 따로 없다. 그 전에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될 리도 없다. 대통령은 개헌안 철회를 정치적인 손해로 생각할 것이다. 지금 국민은 노 대통령이 한·미 FTA 때처럼 다시 한 번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 국민 먹고사는 일에 전념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