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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9년 10·26 새벽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고 소식을 들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첫 반응은 "휴전선은 괜찮아요?"였다. 20006년 5월 20일 지방선거 유세 당시 테러를 당하고도 박 전 대표는 "난 괜찮아요. 오버(정치적 과잉 반응)하지 마세요"라고 했고 병상에서도 "대전은요?"라고 말해 5·31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보수층 인사들 모임인 21C 동서포럼의 김한규 대표는 23일 특강을 위해 참석한 박 전 대표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과 '의연함'은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강점이며 박 전 대표를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올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반박근혜로 분류되던 한 중진 의원은 "테러 당시 박 전 대표가 보여준 침착함을 보고 박 대표를 대통령감으로 봤다. 보통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박 전 대표를 지원하는 의원들도 이런 점을 지지 이유 중 하나로 설명한다.
박 전 대표는 항상 절제된 모습을 보여왔다. 언짢은 일에도, 크게 기뻐할 일에도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함축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어떤 상황에서도 빨리 걷지 않는다.
1월초 본격적인 대선행보를 시작한 뒤 박 전 대표의 이런 모습에 큰 변화가 생겼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고 강연이나 기자간담회 등에서는 이미지의 전환을 위해 농담도 자주 곁들인다. 목소리와 제스쳐도 커졌다. 물론 대선예비후보로 자연스런 변화일 수 있다.
그러나 변화의 폭이 매우 커 당내에선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검증에 대한 박 전 대표와 측근들의 공세적인 모습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우리가 보던 박근혜 대표가 아닌 것 같다"고도 한다.25일 대선예비후보와 당 지도부의 조찬모임 직후 박 전 대표는 회의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자신의 발언 내용을 상세히 밝혔다. 모임에서 자신이 제기했던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대변인이 정리해 발표해줄 것'이라며 취재진의 질문을 피하던 이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발언도 매우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날 조찬모임에서는 경선방식을 언급하며 "원칙을 지킨 사람은 어떻게 보상을 받느냐"고 했다. 당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던 이전의 입장과는 분명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의 걸음속도가 크게 빨라졌다. 행사시간에 늦을 경우 가끔 뛰기도 한다. 물론 빽빽한 일정 탓일 수 있으나 약속시간에 늦지 않고 항상 걸음걸이에 속도를 내지 않던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오랜기간 당에서 활동한 보좌진은 "박 전 대표의 달라진 점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걸음속도가 크게 빨라졌다"고 했다. 그는 "대표시절 박 대표는 절대 뛰지 않았고 빨리 걷지도 않았는데 최근에는 뛰는 모습도 자주 보이고 걸음속도도 무척 빨라졌다"고 했다.
이 보좌진은 "걸음걸이나 제스처를 통해 그 사람의 심경을 알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이전보다 많이 조급해진 것 같다"며 "박 전 대표가 일반 정치인과 다른 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인데 최근 박 전 대표도 똑같은 정치인이 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물론 이런 변화로 인해 박 전 대표가 갖고 있던 '침착함'과 '의연함'을 잃어버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벌어진 지지율 격차가로 인한 박 전 대표의 변신이 그를 유력대선주자 반열에 오르게 한 원인마저 퇴색시킬 정도의 변화는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