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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6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가 앞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근무하게 될 공무원들이 서울에서 출퇴근할 수 있도록 ‘공무원 전용열차’와 통근버스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통근열차에 대한 요금 할인도 검토하고 있다.
행정도시 건설 명분은 지역균형개발이었다. 그를 위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국민 세금과 토지공사 투자비로만 21조7000억원을 쏟아 부어 2030년까지 인구 50만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 전 국정연설에서 “행정도시가 건설되면 한국의 명물이 될 것이다. 21세기 첨단 과학기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세계 최고 도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도 대통령의 이런 호언장담이 미덥지 않은 모양이다. 공무원들을 서울에서 출퇴근시키기 위해 전용열차와 통근버스를 운영한다기에 하는 말이다. 대통령 말대로 행정도시가 한국의 명물, 세계 최고의 도시가 된다면 어느 공무원이 집은 서울에 두고 행정도시로는 출퇴근만 하겠다고 하겠는가.
그렇게 가족들은 모두 서울에 살고 공무원만 아침 저녁으로 왔다갔다한다면 행정도시는 도시가 아니라 ‘오피스타운’이 될 수밖에 없다. 낮에는 공무원과 민원인들로 붐비다 밤에는 인적이 끊기는 ‘유령도시’가 될지도 모른다. 공무원들마저 살지 않겠다는 행정도시에 멀쩡한 정신 가지고 이사 갈 사람이 있을 리 없고, 그런 행정도시를 놓고 지역균형발전과 인구분산 효과를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스워진다.
공무원을 위한 출퇴근 열차 다음엔 민원인을 위한 전용열차가 나올 차례인가. 서울 과천에서 해결할 일을 행정도시까지 찾아가 처리해야 하는 국민들 불편을 보상해주려면 공무원들처럼 열차 할인혜택이라도 줘야 할 것이다. 행정도시가 명물이 된다면 아마도 그런 전용열차 행렬과 국민 불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행정도시는 고속철도로 서울에서 40분이면 닿는다. 그렇지 않아도 행정도시가 수도권의 연장(延長)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데, 공무원들이 벌써부터 서울에서 출퇴근할 열차를 준비 중이라니 이 일의 끝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