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했어?’

    ‘못했다.’

    ‘왜?’

    ‘한나라당과 수구꼴통 신문지들 때문이지!’

    ‘야 임마, 여당이 다수당이고 대통령도 열린우리당인데 왜 폐지를 못해!’

    ‘몰라. 새끼야!’

    ‘내가 그 이유를 말해주랴?’

    아킬레우스 씨는 키 큰 놈의 입을 쳐다 보았다. 그 순간에도 호기심이 작동한 것이다.

    ‘너네들을 또 이용해 먹으려면 다음 대선에서 국보법 폐지공약을 또 내걸아야 할 거 아냐? 안 그래?’

    '뭐…뭐얏?‘

    아킬레우스 씨는 기가 막혔다.

    ‘야, 이 덜 떨어진 놈아. 넌 정치꾼들에게 이용당했을 뿐야. 아니 너희들 386들이 다 마찬가지지. 니네들이 촛불시위한다고 난리 지랄해서 만들어 놓은 새끼들은 애초에 니네들이 바라는 대로 해줄 생각이 없었어. 그리고 니네들은 결국 소수파에 불과하니 니네들이 바라는 대로 해줘봐야 이런 씨발 온 나라에 난리 깽판만 벌어지고 되는 거 하나도 없어. 새꺄. 그래서 너희들을 이용해 먹고 버린 거야!’

    아킬레우스 씨는 아무 말도 못하고 키 큰 놈을 물끄러미 쳐다만 봤다.

    ‘하기야 그저 너희들은 이회창 당선만 막으면 장땡이었으니 그런 건 신경도 안 썼겠지. 한나라당이 당선이 되면 전라도하고 386은 죽음이잖아. 안 그래?’

    꽃뱀이 아킬레우스의 뒤통수를 툭툭 쳤다.

    ‘그래, 이 씨발년놈들아. 이용당했다. 그래도 우리는 2007년 대선에서 이겨서 국보법을 반드시 폐지할 거다. 이 좆같은 년놈들아. 국보법을 왜 폐지해야 하는 줄 알아? 헌법의 이념을 모조리 파괴하는 악법이기 때문이다. 국보법이 존재하는 한 양심의 자유, 학문-사상-언론-출판의 자유는 없다. 이 병신들아. 이런 것들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아니야! 그래서 국보법을 폐지해야 하는 것이고 이걸 폐지하면 안된다는 새끼들은 반민주주의자, 수구꼴통일 뿐이야아아아아아!’

    아킬레우스 씨는 다시 악을 썼다.

    ‘야, 그럼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도 민주주의 정권이 아니냐?’

    꽃뱀의 질문에 아킬레우스 씨는 잠시 머뭇거렸다.

    ‘불완전한 민주주의 정권이다.’

    아킬레우스 씨는 머뭇거리다 답했다.

    ‘야, 민주주의 사회란 게 뭐냐?’

    ‘국민이 주인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국민들 가운데 1천만명 이상이 국보법의 존치를 원한다. 안 그러냐?’

    아킬레우스 씨는 다시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국보법이 있는 거 아니냐고, 이 씨발 놈아!’

    키 큰 놈이 인상을 찌푸렸다.

    ‘국보법이 왜 생겼는 줄 아냐?’

    ‘…’

    ‘반역자들 잡아 쳐넣자고 만든 법이 국보법이야. 국보법을 남용해서 문제가 생긴 것 뿐이지 국보법을 현존하는 위협에 맞춰 제대로 적용하자고 하면 문제가 안돼 임마!’

    키 큰 놈이 다시 윽박질렀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 때도 국보법이 존치되었는데 그럼 김대중이도 수구꼴통이냐?’

    아킬레우스 씨는 우물쭈물 대답을 못했다.

    ‘이 씨발놈이 묵비권을 행사하네! 야. 맛좀 보여줘라!’

    꽃뱀이 아킬레우스 씨에게 다가오더니 또 아킬레우스 씨의 물건을 쥐고 흔들어댔다.

    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킬레우스 씨는 태어나고 난 뒤로 그 정도의 고통을 맛본 일이 없었다.

    ‘알았어! 씨이이이발. 그래 니네들 말이 맞아!’

    아킬레우스 씨는 마지못해 꽃뱀일당의 말을 수용했다.

    ‘사학법도 마찬가지야. 애초에 여당은 너네들이 바라는대로 사학법 처리를 해줄 생각도 없었어. 왜냐? 그 놈들 스스로가 부유층이거든. 여당 의원들 가운데도 돈 있는 놈들 많아. 임마. 그리고 너네들이 바라는대로 세상을 굴리면 그건 사회주의 사회 밖에는 안돼. 그렇게 해서 이 세상이 굴러가겠냐?’

    아킬레우스 씨는 하도 물건이 아파서 키 큰 놈이 떠드는 말이 귓속에 제대로 들리질 않았다. 어찌나 아픈지 눈물이 질질 날 정도였다.

    ‘야, 이 새끼들아아아아아! 국민 절대 다수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지! 개혁하겠다고 들어간 새끼들이 개지랄만 하고 지내면 돼냐! 이 씨이이발 새끼이이이….’

    아킬레우스 씨가 울면서 짜증을 내자 키 큰 놈이 아킬레우스 씨의 면상을 후려쳤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킬레우스 씨는 새파란 젊은 놈들에게 두들겨 맞는 게 억울해 미칠 노릇이었다.

    ‘야, 임마. 그래 니가 말하는 국민들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사회주의 사회냐?’

    ‘왜 색깔론을 하냐?’

    ‘색깔론?’

    ‘그래. 이 씨발년아!’

    ‘너 이념이 뭐냐?’

    ‘그게 뭐가 중요하냐?’

    ‘너 이념이 뭐야? 우파야 좌파야?’

    나원참, 졸라 웃기는 꽃뱀 년이네. 우파 꽃뱀은 파란 팬티 입고 지랄하고 좌파 꽃뱀은 빨간 팬티 입고 지랄하냐?

    ‘너 이념이 뭐냐고 물었잖아!’

    꽃뱀이 아킬레우스 씨의 뺨을 마구 후려쳤다.

    거어어어 씨이이이바아아알녀여여언 손 졸라 맵네에에에에!

    ‘몰라 이 쌍년아아아아아아!’

    아킬레우스 씨가 소리를 지르자 키 큰 놈이 와서 주먹으로 한 대 또 후려쳤다. 눈 앞이 캄캄해 졌다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너 좌파지?’

    ‘이 씨이이발 새끼들아. 그래 나 빨갱이다아아아아아아’

    아킬레우스 씨는 눈물,콧물을 쏟아내며 소리 질렀다.

    이런 씨발, 옆방에서 들으면 변태 년놈들이 정치토론하면서 변태 고문 섹스 하는 줄 알겠다.

    아킬레우스 씨는 이 빌어먹을 놈들의 손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길 바랬다.

    ‘야, 이 미친 새끼야. 대통령과 여당이 권력을 쥐고 기업들을 줘 패야 할 거 아니냐? 재벌들이 독과점, 탈세, 불법, 편법을 일삼고 신문쟁이들한테 광고주고 지들이 원하는 기사만 내는데 이런 좆같은 새끼들 냅두고 무슨 시장경제냐아아아아아아아!’

    아킬레우스 씨는 발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