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3일 사설 '현대차(車) 전주 노조원들, 취업대기자의 고통 아는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조원들은 2일 노사가 이틀 앞서 잠정 합의한 주·야 2교대 근무제 도입안을 찬성 250명 대 반대 428명으로 부결시켰다. 지난해 12월28일의 잠정 합의안을 연초 1월3일 부결시킨 데 이어 한달 만에 또 거부한 것이다. 전주공장의 버스 주문량은 8개월 생산분이 밀려 있다고 한다. 전주공장은 연간 10만대 생산설비를 갖췄지만 지금처럼 주간근무만으로는 절반밖에 활용하지 못한다. 주야 2교대로 풀가동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회사의 요청으로 노사가 지난해 5월 시작한 협상이 이렇듯 10개월째 원점을 맴돌고 있다.

    2교대로 일한다해서 근무시간이나 급여수준의 큰 틀이 변하는 것도 아니다. 반대 노조원들이 내거는 이유는 ‘건강권 침해’라고 한다. 주문은 끝없이 밀려오는데 밤에 일하는 것은 힘들다는 말일 뿐이다. 생산설비를 이렇게 놀리는 동안 현대차 버스사업부문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2004년 57.5%를 피크로 3년 연속 내리막이다. 이번에 또 2교대 도입이 무산되면서 장기 납품지연에 따른 해외주문 취소 등의 후유증도 더 심각해질 상황이다.

    그 ‘배부른 투정’의 피해자가 현대차만도 아니다. 2교대 도입을 전제로 생산설비를 크게 늘리고 인력을 충원했던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생산라인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어 전주지역 경제 전반이 휘둘리고 있다.

    2교대에 대비해 회사가 채용한 700여 취업대기자들은 왜 안 겪어도 될 고통을 겪어야 한단 말인가. 2만여 응시자 중에서 뽑힌 이들은 신체검사까지 마쳤으나 일을 해보지도 못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그들의 부모까지 지난달 29, 30일 정문 앞에서 ‘가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고개숙여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하는 피켓을 들고 있을 힘도 부쳐 길바닥에 주저앉았을 것인가.

    야간작업은 싫다는 그들 428명은 전국의 실업자 82만여명과 ‘그냥 쉬는’ 103만여명, 취업을 준비해온 52만명의 눈에 자신들의 모습이 과연 어떻게 비칠 것인지부터 짐작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