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갑작스레 군 복무기간 단축을 주장하며 불어일으킨 논란의 대안을 찾겠다는 한나라당의 토론회가 18일 열렸다. 

    군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 한나라당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당의 대선주자들도 원희룡 의원을 제외하고는 신중한 입장이다. 당장 이해관계에 부딪치는 300만~400만명의 20대 유권자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군 복무기간 단축은 찬성한다.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현 안보상황에 맞고 국방력 절감 등의 문제점 보완이라는 선결조건이 충족돼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군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찬성입장이었다. 토론자간에 약간의 '온도차'는 있었지만 북핵 등으로 악화된 남북관계와 안보상황에 맞는 방향으로 충분한 검토후 단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엔 큰 이견이 없었다. 한나라당 고조흥 의원은 "'국방개혁2020안'이 제대로만 된다면 18개월,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까지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순조롭게 진행되던 토론회 분위기는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마이크를 잡으며 깨졌다. 이씨는 군 복무기간을 단축해도 큰 문제 없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오히려 "나는 더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논란이 된 "군대는 썩는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군대는)누가 뭐래도 썩는 건 맞다. (노 대통령이)정파적으로 얘기해서 그렇지 국민들이 (군대를)썩는다고 생각하는건 맞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순간 토론회장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함께 테이블에 앉은 토론자들은 못마땅하다는 눈초리로 이씨를 쳐다봤고 반대편에 앉았던 고 의원은 고개를 내밀며 이씨 얼굴을 훔쳐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곧바로 "병사의 숙련도를 얘기하는데 징병제를 하는 나라에서도 (복무기간을)9개월, 10개월로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내무반에 가봐라. 10개월 정도 된 사람(군인)은 내무반에서 놀고 있다. 상병정도 되면 내무반에서 논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장을 지낸 박승춘 교수(강원대학교 초빙교수)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이씨는 "군이 아닌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는 유감이지만 이 문제는 합리적으로 얘기할 때가 됐다"고 역설한 뒤 "병을 줄여야 한다고 하지만 군은 한번도 장교나 장성을 줄인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