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6차 서울 협상이 또 불법·폭력 반대시위로 얼룩질 조짐이다. 경찰이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제출한 집회 신고에 대해 불법행위 전례 등을 이유로 금지 통고했으나 범국본은 강행으로 맞서 있다.

    우리는 16일 집회 역시 지난달 6일의 불법·폭력시위의 재연으로 빗나갈 가능성을 우려한다. 범국본이 10일 제출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집회에 대해 경찰이 익일 금지 통고했으나 민주노동당이 13일 같은 날 일출∼일몰까지, 같은 장소에서 4000명 집회를 갖겠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헌법이 보호하는 공당이 불법·폭력 시위에 또 명의를 빌려주는 결과를 반복할 상황임을 각별히 주목한다. 지난달 6일 비정규직법 규탄을 위한 민노당 마로니에공원 집회가 범국본 불법집회로 변용(變容)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당시 집회 참가자 5000여명 가운데 민노당원은 400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했었다. 민노당이 16일 집회마저 범국본 불법 집회를 위한 ‘판 벌여주기’로 빗나가도록 방치한다면 또 ‘불법과 폭력의 협조자’로 기울 것이다.

    FTA와 관련한 무역규모를 대별하면 미국은 35%에 이르지만 한국은 0.5%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도 미래도 수출로 먹고살아야 할 한국으로서는 미국과의 FTA를 성장동력의 새 모멘텀으로 삼지 않으면 안된다. 더욱이 연초 미 민주당의 제110대 의회가 출범한 만큼 이번 협상의 진로도 그리 밝지만은 않은 채 부시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이 일몰하는 3월31일까진 시일조차 여간 촉박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공당마저 불법·폭력 전력 단체와 ‘행동반경’을 같이하는 것은 한국 경제 미래의 창을 닫자는 것밖에 안된다는 게 우리 시각이다. 민노당은 국회·정부·지방자치단체가 평화적 집회·시위문화 정착을 위해 입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점까지 감안, 결과적으로나마 불법과 폭력을 거들게 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