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열 환경재단 대표,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 정대화 상지대 교수 등 좌파 성향의 학계 시민단체 인사 100여명이 1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시국대토론회를 갖고 ‘한국사회의 창조적 미래를 위한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올 연말 대통령 선거를 감안한 좌파 세력의 단일후보로 국민후보 추진 여부를 놓고 적잖은 이견을 표출하는 등 첫 시동에서부터 갈등을 노정했다.

    정치권 밖의 ‘제3의 세력화’를 내세운 이들은 ‘창조한국 미래구상(이하 미래구상)’이란 가칭으로 이날 첫 시동을 걸었으며, 향후 ‘시민사회운동으로 남느냐, 아니면 정당 창당 등 정치세력화를 꾀하느냐’를 놓고 심도있는 내부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 공식 발족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의 '평화 미래세력' 대통합 신당 추진과 맞물려 이들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시국토론회에서 미래구상의 강령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발제문을 발표한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2007년 대선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자문하면서 ‘창조적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정치운동’을 공식 제안했다. “새로운 정치운동은 냉전시대의 낡은 이분법을 거부하고 실사구시 정신에 입각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운동이며, 그 주체는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시민”이라고 정 교수는 말했다.

    정 교수는 “열린당은 국민 열망을 개인적 권력욕과 무능으로 채우며 배신했고 민주노동당은 당연히 가져야 할 국가경영적 관점을 가지지 못해 대안정당으로서 정체성과 국민적 지지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오히려 문제제기식 사회운동에 머물러 현실적 대안세력은 아니다”면서 “새로운 정치운동이 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어 “새로운 정치운동으로 2007년 대선에 적극 개입해 현재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정치운동은 진보개혁세력의 대선승리를 위해 반수구 단일후보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해, 좌파 세력의 단일후보로서 국민후보 추진 당위성을 피력했다. 정 교수는 “반수구 국민후보 전략은 범진보개혁세력간의 연대와 연합을 추구하는 전략”이라면서 “반수구 진보개혁진영에 속하는 다양한 후보들이 일정한 정책적 합의를 전제로 연대를 형성하고, 국민적 완전경선을 통해 국민후보를 선출해 반수구연합을 형성한다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임진택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부회장은 정 교수의 좌파 세력의 단일후보 추진에 대해 “새로운 정치운동이 여전히 진보, 보수 혹은 좌우의 분별에 바탕해 나가는 게 과연 효용성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면서 ”우리 시대의 징후를 전 지구적으로 짚어내는 새로운 진보의 개념을 찾아야 하고 아울러 중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부회장은 “새로운 정치운동은 무엇보다도 국민 생활과 행복의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정책과 청사진을 제시해 합의해야 한다”면서 “‘시민중심정치’ ‘평화체제구축’ ‘사람중심경제’ ‘개방적 민족주의’ 등으로 구상한 것에는 동의한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와 함께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미래구상측으로부터 경제문제에 대한 설명을 요청받아 ‘사람중심의 창조적 경제발전 모델’이란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문 사장은 ‘사람중심의 경제’를 강조하면서 “과거의 토목사업, 규모의 경제보다는 사람의 지식과 영혼을 움직여야 한다. 일자리 및 지식․복지를 최고의 국정아젠다로 설정해 사람중심의 신뢰․지식 경제를 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내 좌파 성향의 학계 문화계 시민단체 관계자 97명이 제안자로 동참했으며, 회원 등을 비롯 3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