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1일만에 한 자리에 만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 29일 이들의 만남에서 가장 환하게 웃은 사람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였다. 반면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예상치 못한 비판으로 연말을 다소 불편한 기분으로 마무리해야 했다.

    크게 내색하진 않았지만 박 전 대표는 내심 이날 간담회에 만족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간담회가 끝나자 박 전 대표는 제일 먼저 회의장을 나왔다. 박 전 대표는 취재진을 보더니 "그냥 가면 되나요"라고 물었다. 평소 취재진들이 질문을 던져야 발언하던 박 전 대표가 취재진들에게 먼저 질문을 유도한 것이다.

    그만큼 이날 간담회에 만족했다는 것으로 읽힌다. 스스로도 "(간담회)분위기가 좋았다"고 했다. 손 전 지사가 이 전 시장을 지원하고 있는 이재오 최고위원을 겨냥해 비판한 점에 대해선 "당 지도부에서 알아서 잘 처리하겠죠"라고 했다. 마지막 승용차에 타기까지 박 전 대표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계속 웃으며 답했다. 차에 타면서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말도 건넸다.

    이날 손 전 지사의 이 전 시장 비판이 일단 박 전 대표에겐 플러스가 됐다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 측도 "박 대표에겐 괜찮다" "우린 뭐 손해볼 것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다만 "손 전 지사의 비판으로 이 전 시장의 지지층 결집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신중함도 보였다. 그러나 대체적인 반응은 "좋았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간담회에선 자리를 마련한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의 경쟁자인 손 전 지사와 원희룡 의원까지 공개적으로 박 전 대표의 공적을 높이 평가해줬다. 이 전 시장에 대해 비판을 쏟아낸 손 전 지사는 박 전 대표에 대해선 "어려웠던 시절 당을 잘 이끌어 주신 박근혜 전 대표에게 감사한다. 박 전 대표가 세워주신 것을 (강재섭)당 대표가 잘 이어가 달라"며 박 전 대표를 치켜세웠다.

    원 의원도 "어려운 국면에서 당을 여기까지 이끌어왔던 분이 박근혜 전 대표"라고 박 전 대표를 높이 평가했고 강재섭 대표 역시 "우리 후보들은 출중하다"고 말한 뒤 "박 전 대표가 엘빈 토플러를 만난 모습은 좋았던 것 같다"며 유독 박 전 대표에 대해서만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전 시장은 애써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완전히 감추진 못했다. 간담회가 끝나고 나온 이 전 시장은 취재진들의 쏟아지는 손 전 지사 발언에 대한 질문에 "일반적인 얘기로 받아들인다" "그런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허심탄회하게 얘기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기자들이 재차 묻자 "일반적인 사안인데 뭘 그렇게 신경 쓰느냐"고 반문했다. "파장이 좀 있지 않겠느냐"고 취재진이 묻자 이 전 시장은 다소 불편한 모습으로 "일반적인 것인데 뭐 대단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의 발언으로 간담회장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의 표정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고 원 의원은 간담회가 끝나고 난 뒤 "손 전 지사의 지적에 불편해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지적이었다"고 말해 손 전 지사의 발언으로 공정경선 시비는 점차 확산될 조짐이다. 당장 당직자들도 "특정 대선주자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삼았기 때문에 공정경선 문제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당 지도부를 신임하지 못하겠다는 것인데 원만한 대선레이스가 진행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