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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공격에 참아왔지만, 앞으로는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엄포로 인터넷 공간이 뜨겁다. 과거 노 대통령의 파격 발언이 나올 때처럼 네티즌들은 이번에도 '남은 1년 동안 얼마나 더 시끄럽게 하겠다는 거냐'며 한숨지었다.
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공격을 받았고, 참아왔지만 앞으로는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이라며 "할 일도 열심히 하고 할 말도 다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뒤가 깨끗해야 좋은 술이지만 나는 술 뿐만 아니라 사람도 뒷모습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인사실패' 발언을 반박한 고건 전 국무총리를 또다시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요즘 나는 동네북"이라면서 "그러나 그렇게 해도 좋은 사람들이 있고 그렇게 하면 안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사람(고 전 총리)이 대통령을 동네북처럼 이렇게 두드리면 매우 섭섭하고 때로는 분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은 이미 레임덕에 빠진 노 대통령이 '조용한' 국정마무리를 거부하고 내년 대선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해보겠다는 의도를 강조한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받아들여졌다. 특히 여권 대선주자들에게 '나를 밟을 생각마라'는 메시지를 날렸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과거 대선주자들이 집권말 현직 대통령과 차별성을 강조해온 일이 또 일어날 우려를 미리 차단하려는 경고라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남은 임기동안 완전히 국정장악력을 상실, 정치구도에서 배제될 것을 두려워한 위기감의 표출로도 해석된다.
노 대통령의 이 발언을 접한 네티즌들은 또다시 나온 그의 돌출행동에 짜증섞인 비난을 퍼부었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하루만에 2000여개의 댓글이 올라오면서 네티즌의 격분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줬다. "노 대통령을 반대하면 추천하라"는 한 네티즌의 게시물이 추천수 1위에 오를 정도다.
아이디가 'hanto73'인 네티즌은 "또 반성은 않고 국민에게 지지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성내고 협박한다"며 "5.7%의 지지율이 왜 나왔는지 진정 모르느냐"고 따졌다. 이 네티즌은 "집권여당의 40전 전패의 재보선기록을 볼 때 '노빠'를 제외한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면 지지율 0%"라며 "이래도 정계개편, 국민경선 꼼수만 쓰면 대선에서 사기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래도 국민이 무식한 탓이냐"고 개탄했다.
또 'shs161'는 "아직 세상민심을 모르며 '대통령질'을 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제까지 안한 말은 뭐냐"고 반문했다. "구상유취라더니 왜 젖먹이처럼 안달이 심하냐"며 "한심한 자"라고 비난했다. 그는 군복무기간 단축과 관련한 발언을 지적하며 "이 말은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서도 했으며, 노 대통령 대선공약에서도 한 말"이라며 "정권말 내년 대선에서의 표를 의식해 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국무회의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봤다는 네티즌 'ykyu12345'는 "특유의 목소리로 세상천지에서 자기만 순수하고 깨끗한 양 내뱉는 모습을 보니 정말 온몸에 전율이 흐를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며 "엊그제 평통자문회의 연설은 주머니에 두손 집어넣고 양아치처럼 책상까지 쳐대며 술기운에 한탄하던 소리와는 너무 달랐다"고 말했다. 이에 'avreal'는 "정신건강에 극히 해로우니 그런 걸 함부로 보시면 안된다"며 "어쩔 수 없이 보게 될 때도 방을 밝게하고 5m 이상 떨어져서 보라"는 답글로 노 대통령을 조롱했다. 최근 한국 우주인 선발에 빗대 "노 대통령 우주 보내기 운동을 펼치자('zirar_jjang')" "우주 최강의 찌질이 탄생('duopio1970')" 등의 비난도 많았다. '찌질이'는 네티즌들의 속어로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아무데나 끼고 싶어하는 사람. 남에게 무모하게 피해만 주는 사람'을 의미한다.
반면 "미숙하다 할지라도 정의을 향한 추구하고 올바름을 향한 열정을 봤다. 당신을 다시 지지한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낸 네티즌도 간혹 있었지만 소수에 그쳤으며, 다른 네티즌들로부터 공분만 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