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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대표최고위원 이재오 최고위원 김형오 원내대표. 이 세사람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목요일에 나란히 회의테이블에 앉는다. 강 대표를 중심으로 이 최고위원은 왼쪽에 김 원내대표는 오른쪽에 앉는다.
일주일에 세 번 강 대표 주재 회의에 참석하는 세 사람은 나란히 사진도 찍힌다. 세 사람은 공통점도 있다. 바로 전·현직 원내대표란 점이다. 강재섭-이재오-김형오 순으로 당의 원내사령탑을 지냈고 현재 원내사령탑을 맡고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세 사람 모두 같은 사안에 골머리를 썩고있다는 점이다.
바로 사립학교법이다. 강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강행처리를 막지 못해 원내대표직을 도중하차했다.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이 최고위원도 강성인 자신이 여당과의 사학법 협상에 최적임자임을 강조하며 원내사령탑을 맡았지만 결국 사학법은 처리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시 바통을 이어받은 김 원내대표 역시 최근 사학법 재개정 문제로 연일 골치를 썩고있다. 최근 김 원내대표의 입에선 사학법 이외의 다른 얘기는 들을 수 없다. 회의는 물론 참석하는 행사에서도 사학법 재개정만을 얘기한다. 같은 얘기를 장시간 반복적으로 얘기한 탓인지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매번 토시하나 틀리지 않을 정도로 같다.
20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김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꺼냈다. 강 대표는 발언도 하지 않고 시작과 동시에 마이크를 김 원내대표에게 넘긴다. 이날 역시 김 원내대표가 바로 마이크를 잡았다. 김 원내대표는 어김없이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꺼냈다. 그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어제 공개회의를 비롯해 며칠동안 수차례 접촉을 했지만 현재까지 진전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식의 차이를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 김 원내대표는 열린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공식·비공식적으로 여러차례 접촉했고 만날 때마다 사학법 재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김한길 원내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매번 "왜 한나라당은 사학법만 갖고 얘기하느냐. 무엇보다 예산안 처리는 왜 외면하느냐"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겠다. 우리의 주장이나 논거가 정당하다는 확신이 있고 또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지금 전국의 교계 지도자들이 삭발과 단식을 하고, 기도로 철야하는 외침이 확산일로에 있다. 이분들이 사학을 경영하거나 운영하는 사람도 아니고 사학과 직접 이권에 개입돼 있는 분들도 아니다"며 "이 분들은 사학의 자율성, 그리고 종교의 자유, 민주주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이다. 교계의 95%가 반대하는 날치기 개악된 사학법을 재개정해야한다는 목소리를 열린 마음으로 열린당은 들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 역시 원내대표 시절 사학법 문제로 이와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사학법과 예산안은 연계시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경한 태도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발언을 하는 김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잠겨있었다. 이런 김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는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 최고위원은 김 원내대표의 발언 내내 눈을 감고 있었고 강 대표는 회의테이블만 쳐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표정이 굳어있었다. 김 원내대표를 쳐다보지도 못했고 김 원내대표의 발언 내내 전여옥 최고위원이 가져온 판넬만 만지작거렸다. 두 사람 모두 김 원내대표의 심경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다. 마침 53일간 사학법 재개정을 외치며 장외투쟁을 진두지휘한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강원도 '민생투어'자리에서도 사학법 재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사학법 재개정'문제에 "중요하지만 지겨울 만큼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어 힘들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어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에 발목을 잡힌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