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에 사는 세상이다. 나의 생에 있어 꼭 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제주도 일주를 하는 것이다. 대학시절 여름이었다. 제주도 일주를 한다고 자전거를 타고 헉헉거리며 비탈길을 오르는데 부아앙~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어찌나 부러웠던지… 

    그 때 다짐했다. ‘나도 오토바이를 타고 땀 뻘뻘 흘리는 하이킹족을 지나 신나게 달리며 제주를 만끽하리라’. 

    또 하고픈 하나는, 욕심을 내자면 아프리카 빅토리아 폭포 정도의 장소에서 번지점프를 하는 것이다. 나는 나이가 들어가면 이런 결심이 사그라들까 싶었는데 아직까지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나는 자칭 자연병 환자이다.

    나의 고향 제주도는 환상적인 곳이다. 보통 ‘제주 관광’ 하면 차를 렌트하고 방문하는 관광지나 해안도로를 생각하는데, 나에게 있어 제주의 진짜 아름다움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올망졸망 모여있는 360여개의 오름(기생화산)이다. 

    오름의 수가 많은 만큼, 정상에 호수가 있는 오름, 화구가 말굽형인 오름, 정상이 움푹패인 오름, 정상이 둥근 오름, 그 모양이 여럿이 섞인 복합형 오름 등 제각기 다른 모습과 크기에 각각 고유한 이름도 갖고 있다. 

    잘 닦인 등산로가 아닌 마음 가는 대로 산을 밟는 것은 물론이요, 오르면서 오름들이 멀리 펼쳐진 제주의 수평공간을 보느라면, 그 자체로 자연인이 되어 버린다. 나는 작년 제주에 있을 때 매달 서너 곳의 오름에 올랐다.

    요즘 직장인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반은 직장에서 보낸다. 나는 어렵게 시험을 보고 작년에 직장을 얻었지만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어 했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관심을 쏟으며 즐겁게 일하고 싶었다. 내 앞 날을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산림청으로 오게됐다.

    멀리 춘천으로 넘어온 난, 타향이지만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다른 문화(?)를 느끼며 잘 지냈다. 하지만 어디 세상 일이 그렇게 쉬운가. 산과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만족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혁신의 정부, 열심히 일하는 정부를 떠나 산을 잘 보살피고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본연의 업무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우리 직원들도 많은 고생을 했다.

    12월, 열심히 일을 해 온 것에 대한 작은 보상이 있었다. 업무 매뉴얼ㆍ자료집 PR대회의 참가상으로 상금은 아니지만 상품을 받았다. 종이상자 뚜껑을 여는 순간. ‘와~’

    나무 시계가 참 이쁘다. 나무로 이렇게 시계도 만들 수 있구나… ‘자연(自然)’이 우리 생활로 들어왔다. 

    일에 보람도 느끼면서, 어렵기도하면서 가끔 접하는 나의 행복이다. 모두가 열심히 살아가는 이 삶 속, 나는 내가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