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오후 교과서포럼(상임공동대표 박효종 서울대 교수)의 중고등학교 근현대사 역사교과서 시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심포지엄 행사가 4.19 관련 단체 회원들의 행사장 폭력사태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발제 및 토론을 맡았던 일부 교수들이 심한 부상을 입었으며, 이날 심포지엄은 전격 취소됐다. 

    '4.19 민주혁명회' '4.19혁명유족회' '4.19혁명공로자회' 등 4.19 관련 단체 회원 40여명은 이날 오후 심포지엄의 시작을 알리는 박효종 교수의 개회사에 이어 뉴라이트재단 이사장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의 기조발제가 끝난 직후인 2시30분경 일제히 행사장으로 난입해 단상에 서 있는 교수들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안병직 교수는 4.19 관련 단체 회원들에 의해 멱살을 잡혀 질질 끌려다녔으며, 이들은 책상에 걸려 넘어진 안 교수를 수차례 발로 밟고 주먹으로 가격하는 등 무자비한 폭행을 일삼았다. 안 교수는 이들의 폭력에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들은 또 '한국 근현대사의 이해'라는 주제로 발제와 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토론단상에 앉아 있던 유영익 연세대 석좌교수와 이영훈 서울대 교수에게도 다가가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부으면서 땅바닥으로 내동댕이 쳤다. 유영익 교수와 이영훈 교수는 찰과상 등의 부상을 입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으며 다리를 절며 행사장을 빠져나오려고 애를 썼다.

    또 다른 토론자인 박지향 서울대 교수(여자)는 몸을 피해 청중석으로 내려왔지만 이를 본 4.19 관련 단체 회원들은 박 교수에게도 심한 욕설과 함께 커피와 생수통을 던졌으며, 이를 본 교과서포럼 관계자들이 박 교수를 가로막았지만 4.19 관련 단체 회원들은 막무가내로 관계자들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심포지엄 행사장 곳곳이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일부 4.19 관련 단체 회원들은 폭력 사태가 난무하는 와중에도 단상을 점거하고 확성기 등을 통해 "박효종 나와라" "이 X새끼들" "4.19를 어떻게 빨갱이로 몰아붙여, 이 새끼들" "국립대 교수들이 어떻게 혁명을 빨갱이로 몰아붙이느냐"는 등의 격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또 다른 4.19 관련 단체 회원들은 행사장 한켠에서 교과서포럼을 규탄하는 내용의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하는 등 행사장 곳곳이 그야말로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4.19 민주혁명회' 전 회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면중씨는 "뉴라이트 인사들은 들어라. 당신들은 역사학자냐. 쿠테타 주동자들이냐"면서 "4.19 혁명 50년사를 전복하려는 반국민적 반역사적 음모를 즉시 중단하라" "5.16 군사정권도 4.19를 폄하하지 못하고 헌법 전문에 효시했으며 역대 대통령도 4.19 혁명을 침해못했는데… 뉴라이트 그들이 황야의 무법자"라는 등의 내용이 적힌 규탄사를 꺼내 보이기도 했다. 

    심포지엄 행사장을 온통 엉망으로 만들고 폭력을 서슴치 않았던 4.19 관련 단체 회원들은 회의장 밖에서도 방송카메라와 기자들 앞에서 거침없는 구호를 외쳤으며, 일부 회원들은 다시 심포지엄 행사가 열리는 것을 막으려고 행사장을 철저히 에워쌌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던, 4.19 관련 단체인 또 다른 회원인 홍충식씨(4.19 공법단체 이사)는 "(교과서포럼의 근현대사 교과서 시안이)4.19 혁명을 학생운동으로, 좌익으로 폄하한 데 분노를 느낀다"면서도 행사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회원들의 폭력사태에 대해서는 "정말 잘못됐다"고 폭력사태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홍씨는 "버스를 타고 같이 행사장에 왔는데 전혀 사전에 이같은 폭력사태를 계획한 적이 없었다"면서 "심포지엄 행사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의견을 개진하려고 한 것인데, 한 두 사람이 우발적으로 일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지향 교수는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심포지엄을 진행하느냐"고 했으며, 안병직 교수는 부어오른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 내리면서 "형사고발 하겠다"고 했다. 3시 30분경 교과서포럼 관계자는 "집행부에서 오늘 행사는 취소하기로 했다"면서 심포지엄이 무산됐음을 밝혔다. 이윽고 119구급차 2대와 서울대 경비직원들이 출동해 부상자들의 부상 정도를 체크하고 이날 폭력사태에 대한 간단한 상황 파악을 했다.

    교과서포럼은 내년 3월 출간 예정인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시안을 이날 공개하고 관련 학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심포지엄을 4시간 가량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에 앞서 교과서포럼은 내년 3월 출간 예정인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시안에서 '5.16군사쿠테타'에 대해서는 '5.16혁명' '5월혁명'으로, '4.19 혁명'은 '4.19학생봉기' 등으로 표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