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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야당과 KBS직원,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24일 정연주 전 KBS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공식 임명했다. 공영방송으로서 공정성 담보는 물론 사장 후보 추천 과정의 절차적 하자에 대한 문제지적도 크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정 전 사장을 고집했다. 정 전 사장은 노 대통령 구하기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노 대통령 스스로도 자신이 대선에 승리하는데 방송이 많은 공헌을 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2004년 노 대통령 탄핵당시 KBS의 행보를 보면 왜 노 대통령이 '정연주'를 고집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당시 KBS는 탄핵관련 방송을 통해 노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다. 한국언론학회도 대통령 탄핵 관련 TV방송 보고서를 통해 당시 KBS의 탄핵관련 방송에 대해 불공정하고 편향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 전 사장에 대한 임명을 두고 '정권의 무리수'란 지적까지 받고 있지만 노 대통령은 이런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자신의 '코드' '보은' 인사스타일을 그대로 고집한 것이다.
결국 2007년 대선에서 자신과 코드가 맡는 정 전 사장을 통해 KBS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KBS내부에서도 정 전 사장 임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역시 노 대통령의 정 전 사장 임명이 '재집권을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내에 'KBS 정연주 사태 진상조사단'까지 구성하며 정 전 사장 임명에 강력히 반대해 온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정 전 사장 임명에 "공영방송 KBS를 권력의 손아귀에 넣어 재집권을 위한 나팔수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24일 논평을 통해 "정연주 사장 임명은 사장후보 추천 과정의 절차적 하자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방송장악 기도에 따라 연임에 성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대변인은 "정 사장의 임명은 편파방송에 따른 KBS 위상추락, 경영부실화 등에 대한 책임을 무시한 것이며 국민의 방송인 KBS를 정권의 방송으로 만든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무리수임을 뻔히 알면서도 정연주씨 카드를 끝까지 밀어붙인 것은 내년 대선을 겨냥한 방송장악 기도"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권은 재집권을 위해 방송을 장악한 것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정연주 사장의 임명강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노무현 정권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밝히는 바이며 방송장악 기도를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KBS 정연주 사태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김학원 의원도 24일 성명서를 통해 "정연주 사장 임명은 국민 유린행위"라며 "한나라당은 국민과 함께 KBS와 함께 정연주씨를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이 정 씨를 사장으로 만든 이유는 자명하다"며 "무슨 수를 쓰든 KBS를 정권연장의 도구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KBS 구성원 절대 다수가 거부하고 국민 대부분이 반대하는데도 정권의 입맛에 맞는, 말 잘 듣는 단 한 사람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청와대는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KBS노조 역시 즉각 성명서를 내고 "오늘은 노무현 정권이 사망을 선고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고 KBS 노조 최재춘 대외협력국장은 24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절차를 거치지 않고 거수기 이사회가 꼽은 노무현 정권의 낙하산"이라며 "출근저지 투쟁 등 온갖 수단을 모두 동원해 결사적으로 막아내겠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동대표의장 유재천 한림대교수, 이하 공발련)도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KBS 안보기 운동 ▲KBS2에 광고하는 상품의 불매 운동 ▲KBS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 등을 펼쳐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발연은 이를 위해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선진화국민회의 등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범국민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공발연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현주 교수(광운대)는 2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공동대표인 유재천 교수가 선진화국민회의와 바른사회시민회의 등과 구두선에서 뜻을 함께 하기로 한 상태"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