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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가 교원평가를 극력 반대하는 걸 보니 교원평가는 반드시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지인(知人) 중 한 사람의 말이지만, 요즘 이런 식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전교조 주장 하나하나를 놓고 그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라 전교조의 주장과 반대로 가는 게 옳은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직관(直觀)에 의해 판단하는 것도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전교조가 출범할 때만 해도 우리 사회의 시선은 이 집단에 대해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게 더 컸다. 그건 아마도 촌지 거부 등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교조의 이념적 실체를 보지 못했다. 전교조가 80년대 좌파 변혁운동의 한 축을 이루고 있었던 사실을 일반시민들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 바람에 전교조는 한동안 승승장구하며 세력을 키워올 수 있었다. 전교조는 어느 사이엔가 권력집단이 되었고, 전교조의 동의 없이는 교육당국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지경이 되었다.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교조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전교조의 주장과 반대로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전교조의 자업자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교조가 지금까지 주장하거나 행동으로 옮긴 것들 중 어느 하나 설득력이 있거나, 최소한 대중의 공감을 살 수 있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혐오감을 주거나 때로 몸서리를 치게 만든 게 대부분이었다. 전교조 부산지부가 지난 해 11월 부산APEC 정상회의 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온갖 천한 욕설로 도배질하다시피 한 APEC 비난 동영상을 만들어 계기수업 자료로 쓴 것이나, 그 한 달 전인 10월 교사 교재용으로 만든 ‘통일학교 자료집’이 상당부분 북한 역사책 ‘현대조선력사’를 베껴 짜깁기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교원평가제만 해도 그렇다. 학부모들 절대다수가 교원평가제를 찬성하고 있다. 교원평가제가 교사들의 더 잘하려는 노력을 이끌어낼 유인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전교조는 교원평가제 도입에 결사반대다. 전교조가 굳이 교원평가제 도입을 반대하려면 평준화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평준화체제가 해체되고, 따라서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교원평가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교조는 평준화는 평준화대로 고집하면서 교원평가도 받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그건 결국 귀찮은 일은 하지 않으면서도 철밥통은 지키겠다는 심보에 다름 아니다. 누가 그 속셈을 모를까. 전교조가 여론의 비난을 받는 것은 이와 같은 이념적 편향성과 집단이기주의, 그리고 오만과 독선 때문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전교조는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자신들의 주장을 굽힐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전교조는 20일부터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비정규직법안, 북한 핵실험과 북한 지원 등에 대한 신문의 사설이나 기사를 비교하는 ‘대중매체 바로 읽기’ 계기수업을 전국 초중고교에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말이야 ‘바로 읽기’라고 했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로 보아 그것이 전교조식 시각을 주입하려는 것이라는 것은 짐작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교조는 또 교원평가제 도입 반대의 일환으로 22일 7000∼8000명이 참가하는 연가투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말끝마다 “학생들”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집단이익을 위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교조가 이처럼 자신들의 집단이기주의를 관철시키기 위해 국민 여론의 반대도 무릅쓸 수 있는 배짱은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그건 아마 배타적 결속력을 믿기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바로 이런 행태에서 전교조의 몰락을 본다. 전교조는 끝내 일본의 교원노조인 일교조(日敎組)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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