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정 장관`으로 북한 상대할 수 있나 [중앙일보] 

    노무현 대통령이 이재정 성공회 신부를 통일부 장관 후보로 임명했을 때부터 우리는 그가 부적격하다며 반대했다. '10억 대선자금' 전과가 있는 데다 자질 면에서도 그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남북관계에 대한 전문지식도 별로 없고, 자유 대한민국에 대한 역사관도 허술하고, 정부 외교안보팀을 이끌 카리스마도 없다.

    우리의 걱정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고스란히 증명됐다. 그는 이상한 사고(思考)체계를 드러냈다. 한국전쟁의 남침 본질에 대한 답변을 미적거렸고, 한국전쟁의 전범 김일성에 대한 평가도 "역사가 할 것"이라고 뭉뚱그렸다. 일반인에게 상식처럼 돼 있는 핵우산이란 개념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대선 때 야당 후보에 대한 병풍(兵風)사기를 주도한 범죄자를 격려한 언행도 밝혀졌다.

    이쯤 되면 그가 장관이 되어선 안 된다. 통일부 장관은 남북 장관급회담 남한 측 수석대표다. 남북 최고의 협상전(戰)을 이끄는 남한 측 장수인 것이다. 남북관계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해박한 지식, 북한의 궤변을 현장에서 받아칠 수 있는 확고한 국가관, 그리고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개인적 인품과 카리스마를 갖춰야 한다. 청문회장에서 국민의 눈에 비친 후보자의 모습으로 과연 북한대표를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까. 미사일을 쏘고서도 북한의 대표는 "선군(先軍)이 남측의 안전을 도모해 준다"고 했었다. 이재정 후보자는 그런 말을 들어도 '응답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평가는 나중에 역사가 할 것'이라고 할 건가.

    사정이 이런데도 후보자는 장관이 될 판이다. 그가 부적격하다고 한나라당은 생각하지만 이는 일부 의견 정도로 포함돼 국회는 곧 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할 모양이다. 청문회 논란이 있었지만 법적으로 장관에 대해선 국회가 임명동의 표결을 하는 게 아니어서 이 정도로 일이 그치게 된다. 앞으로 많은 국민은 불안한 심정으로 '이재정 장관'이 북측 대표단을 상대하는 장면을 봐야 할지 모른다. 대통령의 오기 인사, 보은 인사로 일이 이렇게 됐으니 참으로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