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지난 10월 26일 '386 운동권 출신'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국가보안법의 회합·통신 등)로 구속됐다는 충격적인 사건을 접했다. '북한 핵실험'으로 불안한 분위기에서 터진 '386간첩단'사건은 국민에게 더 큰 불안감을 조성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은 당 대표를 비롯, 13명의 대표단을 꾸려 방북했다. 전·현직 당직자들이 이번 '386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민노당의 첫 방문지는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였다. 더구나 민노당은 만경대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방문사실도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서 공개됐다. 민노당은 또 '386간첩단' 사건을 진두지휘한 김승규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보수언론에 대해선 '허위보도 및 인권침해, 명예훼손 및 초상권 침해 이유로 언론중재위 제소와 손배소송을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해선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이런 민노당의 움직임에 "후안무치한 행동의 극치"라며 맹비난했다. 강재섭 대표가 "(민노당은)얘기할 가치도 없다"고 무시했지만 더 이상 묵과하기엔 민노당의 움직임이 도를 지나쳤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선 민노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은 "민노당이 어제 국정원장을 서울지검에 고발하고 손배소송과 함께 이를 보도한 언론도 언론중재위 제소와 손배소송을 제기했다"며 "이는 본말을 전도한 후안무치한 행동의 극치"라고 성토했다.

    그는 "수원에서 추가로 체포된 민노당원처럼 간첩활동이 계속 밝혀질 수 있는 상황에서 향후 언론의 입을 막아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보겠다는 술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간첩단 수사가 진행되는데도 민노당이 자숙하는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또 "13명이나 되는 민노당 대표단이 방북첫날 김일성 생가를 방문하고 김정일 면담을 기다리는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것이 공당의 모습이냐. 무엇을 위한 것인지 국민은 분노를 넘어 체념의 단계까지 와 있다"고 비난했다.

    이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독일 나치 무덤에 헌화한 것이 단순히 죽은자에 대한 조의표시로 볼 수 있느냐.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도 일반적인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 코스에 의례적으로 참배한 것인데도 민노당을 포함한 우리 국민 모두가 반대하고 있는 것이냐"며 민노당의 만경대 방문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민노당이 간첩단 연루 의혹 받는 상황에서 민노당 방북이 갖는 상징성이 무엇을 말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보수언론이나 국정원장을 공격하기 전에 만경대 참배을 진상 밝히고 국민에 사과하는 것이 공당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김정훈 정보위원장도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헷갈린다"고 개탄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민노당이 김일성 생가방문에 대해 언론공개를 감추려했다는 것은 이미 보도가 됐고 어제 (북한 사민당과의)대표회담에서는 웃는 낯으로 사진을 찍었다"며 "북핵 실험의 위험성을 경고하려고 방북했다고 하는데 웃는 낯으로 유감을 표명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지 궁금하다"고 지적한 뒤 "남한에서 다르고 북한에서 다른 표리부동한 민노당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