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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 미쳐 날뛰던 말이
높이 쳐들던 앞발을 밑으로 내리고
허공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
히히힝 울음 콧숨을 멈추었다
이글거리던 동해바다
불끈 솟아오르던 아침해
황금 놋쇠 녹이던 용광로처럼 북떡북떡 끓던 수면 위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한 발 뒤로 주춤 물러서는 겁 먹은 몸짓,
미끈둥한 허리 살진 허벅지로 흘러내리어
소스라치듯 놀란 마음
아침 비단햇살이 대신 휘감아주누나
직선으로 달리는 말등에서 땀흘리는 통일장수의
이글거리는 화등잔 눈빛,
보이지않는 고삐를 꽉 움켜쥔 무쇠주먹,
심호흡한 뱃구리에서 터져나온 큰 한소리에
동해바다 북떡이던 수면이 절로 가라앉고
놀란 이랑 새터에 푸른 산맥의 칼날이 솟아,
통일 향해 맹동에 질주하던 미친 말!
튀는 물거품 앞에 곰바위처럼 우뚝 멈춰서누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