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의 마이클 맥데빗 전략문제연구소장은 본보(24일자)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장으로 실제 위협을 받게 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이 핵무기를 미사일에 장착할 만큼 소형화하려면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면서 “현 단계에서 북한 폭격기나 트럭에 실을 수준의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한국뿐”이라고 한 것이다.

    핵 권위자인 그의 분석은 북핵에 대한 노무현 정권의 인식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지를 보여 준다. 노 대통령부터 “북의 핵개발은 선제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5월 29일 향군지도부 초청 간담회) “안보 불감증도 곤란하지만 안보 민감증도 위험한 것”(10월 9일 한일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심지어 “북핵 문제도 잘 관리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10월 18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추진 보고대회)이라고도 했다.

    아무리 핵맹(核盲)이더라도 북이 미국과 일본을 때리기 위해 핵을 개발하지 않았다는 것쯤은 안다. 남북 간 국력의 차이를 단숨에 메우기 위해 시작한 것이 핵 개발이고, 그것이 마침내 폭격기에 실어 떨어뜨릴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면 그 대상은 한국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 정권 사람들은 “북핵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북의 핵실험이 미국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뉴스위크지가 최신호에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지목해 “김정일보다 워싱턴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을 더 비난한다”고 보도한 것도 무리가 아닐 정도다. 이런 정권에 생명과 재산을 맡긴 4800만 국민의 처지가 딱할 뿐이다.

    유사시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굳건한 한미 군사동맹이 없다면 북의 핵 위협에 굴복해 노예가 되는 수밖에 없다. 한미연합사 해체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동맹의 약화’ ‘억지력의 약화’라는 잘못된 신호를 북에 보낼 것이 틀림없다. 북핵을 아직도 남의 일인 양 여겨서는 바른 해법을 기대하기 어렵다. 북핵은 우리에게 실제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