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유력 대권주자 중 한명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본격적인 ‘호남 공략’이 시작됐다.

    ‘광주의 큰 어른’ 홍남순 변호사 빈소 조문차 광주를 찾은 지 3일 만에 또 다시10·25재보궐선거 지원유세차 전남지역을 방문하는 등 ‘국회의원 박근혜’로서 국정감사 일정이 없는 날 시간을 쪼개 '호남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호남지역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대권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에게 뒤처지고 있는 것도 박 전 대표의 호남행을 재촉하는 원인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측은 “당 대표를 하면서 2년 3개월 동안 공들이면서 터를 닦아 놓은 호남을 (이 전 시장에게) 그냥 넘겨줄 수는 없다”고 해 호남을 찾는 박 전 대표의 발걸음은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표의 ‘호남공략’ 키워드는 영·호남의 동서화합을 뛰어넘어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화합’인 듯 연일 이를 강조하고 있다. 고(故) 홍 변호사 빈소를 조문하면서 “산업화 이후 민주화를 이룬 공 역시 높이 평가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던 박 전 대표는 18일 10·25재보궐선거 지원유세차 전남지역을 방문해서도 “이념과 지역을 떠나 나라를 구하고 위기에서 벗어나 경쟁력 있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산업화 세력과 이들과 대립해 왔던 민주화 세력의 화합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틀 안에 동서화합까지 포함시키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박 전 대표는 호남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북한 핵실험 사태에 대한 대북포용정책 책임론을 제기하면서도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보다는 노무현 정권의 ‘포용정책’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에서도 엿보인다.

    10·25재보선 지원유세차 전남지역을 방문한 박 전 대표는 북한 핵실험 강행이 ‘잘못된 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으로 인한 것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강력한 대북제재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와 지원유세를 통해 “북한 때문에 우리가 손해는 볼 수 있을지언정 죽을 수는 없다”며 “북한이 핵무장으로 끝까지 가겠다고 한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혹독한 불이익을 가해야 한다”고 노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비판은 ‘햇볕정책’의 김대중 정권보다는 이를 계승했다고 하는 노무현 정권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박 전 대표는 “포용정책의 정신과 기조에 대해서는 전부터 쭉 찬성해 왔다”며 “포용정책은 현 정권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등을 포함해 정권마다 포용정책은 다 추진해 왔었다”고 포용정책 자체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DJ정권 때도 세 가지 원칙을 항상 강조했다. 그때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 ▲투명성 유지 ▲국제 공조 원칙을 끊임없이 주문하고 요구하고 강조해 왔다”며 “그런데 가장 우려했던 북한 핵문제가 터진 것은 지금(노 정권) 아니냐. (노 정권은) 북한 핵이 일리가 있다며 방조하고 조장하는 등 내가 제시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라는 단계까지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데 대한 책임은 김대중 정권보다 노무현 정권에 더 많다는 주장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군도 방문했다. 신안군 방문이 두 번째인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지켜보던 한 군민은 “제1야당 대표였던 사람이 두 번이나 이런 시골을 찾아주는 것만 봐도 진정성이 느껴진다”며 “박근혜가 영·호남이 화합하도록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다른 어느 지역보다 호남을 많이 찾았다”고 할 정도로 호남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이날 전남 해남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광주 충장로 거리 등 여러 곳을 다녔는데 그때마다 호남에 계신 분들이 따뜻하게 맞아 줘 돌아갈 때는 따뜻한 마음으로 돌아갔다”며 “자주 와서 지역에 계신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좋은 일로 산술적으로 이것저것 바라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남을 찾는 박 전 대표의 ‘마음’과 이를 바라보는 호남민들의 ‘마음’이 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