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8일 사설 '개성·금강산 가겠다는 집권당 대표'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북 핵실험 사태에 대응하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행보를 보면 그가 과연 집권당 대표인지 혼란스럽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에 한국이 참여할 것인지 같은 중요한 문제에 김 의장은 정부와 조율하지 않고 서둘러 '불참'을 주장하고 나섰다. 안보문제를 정교하게 따지지 않은 정치인의 '선수(先手) 치기'라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때 우리는 국제사회와의 공조, 한.미.일 협력, 북한에 대한 결연한 태도 등을 고려해 섣부른 판단은 자제하라고 촉구했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그의 행보는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개성공단 사업, 금강산관광은 PSI와 함께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한국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3대 핵심 문제'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꼼꼼히 따져보고, 곧 방한하는 미국 국무장관의 얘기도 들어보고,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보면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다. "안보리 결의와 무관하다"는 얘기가 나오고는 있지만 우선 정부 자체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집권당 대표라는 사람이 금강산 관광을 운영하는 민간회사에 찾아가 "금강산 파이팅"을 외쳤다. 다음달 중순엔 관광 8주년을 맞아 직접 방문할 것을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운동권 출신의 당 의원들이 금강산을 다녀와 "김구 선생의 마음" 운운하는 소극(笑劇)을 벌이더니 이젠 당의장까지 나선 것이다. 개성공단도 마찬가지다. 입주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지속' 분위기를 잡더니 이젠 아예 며칠 후 직접 가겠노라고 당에서 발표를 했다.

    김 의장은 5.31 선거 참패 이후 이른바 '뉴딜'이라는 재계 지원책으로 중도.실용 노선을 취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터지자 예의 비미(批美).대북유화적 노선을 확인했다. 그는 '앞장서' 외치고 있다. 그럼으로써 이견을 조정하고, 득실을 신중히 계산하고, 국제사회와 최대한 협력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대열을 흐트러뜨리고 있다. 반미 진보세력을 업고 후보가 되려는 개인적 야심 때문인가. 나라 위기는 안중에도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