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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65일 여야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충돌한다. 늘 상대당 주장을 반박하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렇게 싸우다가도 국회 상임위원회 혹은 국정감사 등 자리에서 피감기관의 장 혹은 고위공직자가 동료 의원들의 질의에 자칫 답변이 부적절하거나 태도가 불성실 할 경우엔 여야 모두 동료의원들을 감싸며 피감기관을 강하게 질타한다.
입장을 달리하는 상대당의 국회의원일지라도 피감기관 혹은 행정부 관료들의 무시는 곧 자신에 대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동료의식이며 동료애라 할 수 있다. 물론 17대 국회들어선 이런 문화도 예전보다 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여야 의원들 사이엔 동료애가 존재한다.
매일 아침 상대당을 비판해야 하는 각 당 대변인. 이들은 매번 상대당을 비판하고 때론 상대당 대변인의 발언을 곧바로 반박해야 하지만 브리핑룸에서 마주칠 땐 언제나 환하게 웃고 악수와 함께 인사를 나눈다. 이 역시 동료애라 할 수 있다. 17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문화재청을 국회로 불러 국정감사를 펼쳤다. 국감내용도 '국립문화재' '국립고궁박물관' 등에 대한 관리실태 등이었다.
북핵사태 속에서 진행되는 국정감사인지라 대부분 상임위원회가 북핵문제로 여야간 대립했지만 이날 문광위 국감에선 대부분 상임위 관련 내용에 대한 질의만 이뤄졌고 때문에 여야 간 큰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무리없이 진행되던 국감에서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문화재청이 추진중인 북한 개성의 유네스코 등재 문제를 질문했다. 북핵사태로 문화재청의 개성 유네스코 등재 추진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의 지속을 주장하고 있는 정 의원은 이날 개성유네스코 등재 추진 역시 차질없이 진행돼야 함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유 청장에게 뜬금없이 해당상임위원도 아닌 한나라당 공성진 송영선 의원을 거명하며 질문을 던졌다. 정 의원은 "지금 공성진 송영선 의원 이 분들은 전쟁불사에요. 골프공하고 총알은 좀 다르잖아요. 골프를 즐기시는 분들인데…"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남북경제교류 중단요구는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문화재단은 개성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예정대로 진행하라는 주장이다.
문화재청의 개성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될 것을 정 의원은 동료 의원을 피감기관장과 관계자들 앞에서 폄하하고 무시하고 깎아내린 것이다. 정 의원은 군부대 골프로 물의를 일으켜 많은 질타를 받은 두 의원의 '골프파문' 전력까지 거론하는 치밀함(?)까지 보여줬다.
이런 정 의원의 발언에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 두 분의 이름이 이 자리에서 거론될 필요가 있는지 지금까지 생각해봐도 모르겠다"며 정 의원의 발언을 지적하자 정 의원은 다시 신상발언을 신청하고 최 의원에게 '사과'까지 요구했다.
정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전쟁을 감수하고라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하자는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에 반대하기 위해 얘기한 것이다. 저는 여느 의원처럼 '의원'이라 얘기했다. (두 의원의)이름만 얘기한 것도 아니고 그 분들(공성진 송영선 의원)이 잘못된 것이고 (잘못된 발언을)인용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최 의원에게 "제가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꾸며내서 얘기한 것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조배숙 문광위원장이 회의를 마치려 하자 정 의원은 다시 "아니… 해명하시고 사과를 하시든가… 기사를 확인하시든가… 본인에게 확인하시든가… 최구식 의원님"이라며 재차 최 의원에게 사과와 해명을 촉구했다. 정 의원 사전엔 동료의식과 동료애는 없는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