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분(公憤)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유엔 안보리에서는 강력한 대북제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유엔헌장 7장 41조의 경제, 외교적 제재 규정을 원용하여 북한의 핵실험과 위폐 제작 등과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내용으로 하는 결의안을 준비중이다.

    대북 제재에 신중했던 중국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강력한 징벌적 조치를 주문하고 있어 조만간 안보리 차원의 제재 결의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이와는 별도로 일본은 북한 선박의 입항을 전면 금지하는 등 독자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준비중이며 이는 13일 각의(閣議)를 거쳐 14일부터 발동되리라는 소식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흐름과는 달리 이에 역류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9일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를 통해 "유엔 안보리 논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노무현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북 포용정책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사업의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지 하루만에 입장을 뒤엎고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류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정부의 입장 선회는 1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광주 전남대 강연을 계기로 더욱 분명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김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을 이탈한 것은 비극"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민주당을 중심으로 대동단결할 것을 주문하는 듯한 9일 발언과 맞물려 특별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 핵실험 하루 만인 10일 한명숙 국무총리는 "북핵 문제 타개를 위해 대북 특사나 남북정상회담의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정상회담 개최는 유용하다"고 가세했고 노대통령도 "핵실험 이후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새롭게 검토해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흐름과는 달리 우리 정부는 북한 핵실험 바로 다음날부터 문제 해결의 묘책(妙策)이라도 되는 듯이 '남북정상회담 띄우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11일에는 김 전 대통령이 전남대 강연을 통해 당일 아침 자신과 노대통령과의 통화내용을 소개하면서 "대북 포용정책의 재검토 의사"를 밝힌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강한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요새 아주 해괴한 이론이 돌아다닌다"면서 "햇볕정책 실패를 말하는데, 기억을 더듬어봐도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개발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항변하면서 강한 어조로 햇볕정책 비판론을 반박했다

    현재 국내외적으로 북한의 핵실험과 불법행위가 강력한 규탄을 받고 있고 또한 우리 정부가 제공해온 경제지원의 상당 부분이 북한의 핵개발에 투입되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광범위하게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북 포용정책의 궁극적 책임을 지고 이를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할 두 사람이 오히려 앞장서 포용정책의 지속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북 포용정책의 철저한 실패가 확실해진 이상 현재 우리 정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국제사회와의 공조체제 강화이다. 국제사회의 공분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김정일 정권을 상대로 북핵 문제 해결의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망상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좌파정부가 한결같이 대북 포용정책의 지속을 주장하면서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흘리고 있는 것은 9일 민주당 중심의 대동단결을 주문하는 듯한 김 전 대통령의 발언에 비추어 의미 있는 시사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김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정치 결사체를 형성하고 김 전 대통령의 주선에 따라 새로운 남북정상회담을 통하여 3기 좌파정권의 창출을 꾀하려 한다는 항간(巷間)의 추측을 더욱 설득력 있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항간의 추측에 의하면 북한의 핵실험에 따라 향후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북한은 이에 강력 반발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위기가 극도로 고조된 상황에서 노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이나 특정인을 특사로 파견하거나 또는 자신이 직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포기 의사를 담은 평화선언과 같은 극적인 합의를 연출하고 이를 이용해 좌파정권을 연장하려 한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좌파정권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이 국민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서는 더 이상 집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좌파정권의 재창출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흐름을 역류하여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사업을 지속하고 또한 별도의 막대한 경제지원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방안은 대단히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항간의 추측대로 또 하나의 대국민 사기극(詐欺劇)이 준비되고 있다면 이는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결과는 좌파정권의 재창출에 앞서 김정일 정권의 생존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한편 국제사회에서 우리 정부의 고립을 스스로 자초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핵무장만 해도 엄청난 민족적 재앙임이 틀림없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에서마저 왕따를 당한다면 어찌 될 것인지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와 같은 시나리오가 결코 현실화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시나리오가 항간에서 널리 회자(膾炙)되고 있다는 점은 결코 소홀히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좌파정부는 핵실험도 대선에 이용하려는가? 벼랑 끝에 처한 감정일 정권이 핵실험을 단행한 상황에서 역시 벼랑 끝에 임박해 있는 좌파정권이 무슨 일이든 못하겠는가? 국민은 눈을 크게 뜨고 감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