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끝내 핵실험을 저질렀다. 북한은 10월 9일 오전 조선중앙통신 성명을 통해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한 이번 핵실험이 100% 자체 기술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지난 10월 3일 국제사회를 향해 핵실험을 하겠다고 위협했던 북한이 전광석화처럼 핵실험을 단행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심각한 파장을 일으켰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 안정은 물론 동북아 정세에 심각한 악영향(惡影響)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는 대내외적으로 준(準)전시상태에 돌입하였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동북아와 한반도의 특성상 북한의 핵실험은 전쟁에 준하는 위협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 북한의 핵실험에 따라 남북한의 군사력 균형이 북한 우위로 급속히 전환되고 우리는 재래식(在來式) 무기만으로 핵무장한 북한을 상대하게 되었다. 경제 또한 급격한 자본 이탈과 같은 충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대외적으로도 한국, 일본, 대만을 포함하는 동북아 전체의 핵무기와 군비 경쟁을 촉발시켜 중국의 군비 강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같은 연쇄적 위험이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이 지속적인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핵실험을 강행한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핵무기 보유 사실을 실증적으로 확인시키기 위한 것이다. 2005년 2월 핵무기 보유 선언을 한데 이어 이번 핵실험을 계기로 국제사회로부터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공인 받으려는 속셈인 것이다. 북한이 성명에서 이번 핵실험이 100% 자체 기술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강조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이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공인 받기를 원하는 가장 큰 목적은 바로 미국과의 양자협상을 끌어내고 이를 통해 체제 유지를 보장받기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부시 정권의 대북 강경책에 대한 비판여론을 조성함으로써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이에 대비한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체제 유지의 핵심이 되는 미국의 대북 적대관계 청산과 미국의 대북 핵위협 제거라는 두 가지 핵심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북한은 2005년 9월 제4차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달러 위조 혐의로 인해 미국의 강력한 금융제재를 자초한 이후 미국에게 '선(先) 금융제재 해제, 후(後) 6자회담 복귀'를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9.11 테러 이후 불법행위에 강경해진 미국에 의해 거부당했다. 이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 7월 미사일 시험발사와 이번 핵실험이라는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결국 북한은 미국과의 갈등을 고조시킴으로써 북미대화를 실현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의도와는 달리 이제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의 체재 인정은 물론 정상적인 국가로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막은 꼴이 되었다. 현재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이러한 북한의 의도를 수용하기는커녕 오히려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원칙적이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 또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선 미국 주도 하에 유엔을 통한 제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핵실험에 앞서 6일 핵실험 계획 포기를 촉구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한바 있어 곧바로 긴급회의를 소집해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할 전망이다. 새로 채택될 결의안에는 유엔헌장 7장 내용이 담길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유엔헌장 7장의 원용에 반대해온 중국과 러시아 또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이상 강력한 대북제재를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다.

    유엔헌장 7장은 무기수출과 무역거래 금지, 금융제재는 물론 군사적 제재까지 가능케 하는 국제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유엔 안보리가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해 북한에 대한 제재에 나설 경우 먼저 비군사적 제재인 41조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고, 그래도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무력 사용을 담보하는 42조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유엔을 통한 강력하고도 전면적인 제재에 이어 해상봉쇄가 이어질 전망이다. 나아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까지도 선택 사항으로 검토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태는 근본적으로 북한에 의해 초래된 것이지만 우리 정부에게도 결정적인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좌파정부가 추진해 온 자주와 민족 우선의 무분별한 북한 끌어안기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근본적 이유이다. 두 지도자의 무분별한 발언과 안보 불감증에 바탕을 둔 무분별한 대북정책이 자초한 결과인 것이다. 좌파정부가 제공해온 경제지원의 상당 부분이 북한의 핵개발에 투입되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광범위하게 일고 있다. 결국 김대중, 노무현 좌파정부의 대북정책이 완전한 실패작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제 북한의 핵보유가 가정사실화 된 이상 우리는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에게는 다른 방도가 없다. 우리는 북한의 핵보유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는 안보정책을 수립하고 경제의 빅뱅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우선 곧 열리게 될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와 같은 허황된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붕괴 직전의 한미동맹을 강화함으로써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된 남북 군사력 균형의 붕괴를 복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어설픈 중재자 역할이나 민족공조로는 우리의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미국, 일본과의 국제공조 강화를 통해 안보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10월 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직후 발표된 성명에서 "유엔 안보리에서 즉각 논의할 것을 지지한다"고 밝힌 대로 자주와 민족 우선 정책을 과감히 버리고 원칙적이고도 강력한 우리의 입장을 보여주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상징인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에 대한 미련도 버려야 한다. 또한 향후 중국 또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될 수 있는 김정일 정권의 교체(regime change) 가능성에도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고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국민의 역할도 대단히 중요하다. 정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국민이라도 깨어 있어야 한다. 이 나라는 정권의 나라가 아니라 국민의 나라이고,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민은 영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장을 포기시키는 길은 정부가 제정신을 차리고 나아가 국제사회와 공조를 통해 북한의 그릇된 길을 막는 일 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성숙되고도 강력한 자세와 감독이 필요하다. 정말 국민도 나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