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0일자 오피니언면 '포럼'란에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인 이재교 변호사가 쓴 <노정부 ‘대언론 전쟁’ 계속할 것인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어린 시절 어른으로부터 꾸중을 듣다가 해명을 해드릴라치면 말대꾸한다고 더 심한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비록 어리지만 나름대로 할 말이 있어서 한마디 했다가 말대꾸한다고 혼나고 나면 퍽 억울했다. 그런데 최근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요즘 공무원들이 ‘말대꾸’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언론보도에 대한 인터넷 댓글이 2271건에 이른다고 하니 말이다. 이를 말대꾸라고 하면 본인들은 화낼지 모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영락없는 말대꾸다.
    그런가 하면 참여정부 3년반 동안 언론중재위에 모두 610건을 신청했다 한다. 대략 이틀에 1건 비율이다. 김영삼 정부가 27건, 김대중 정부가 118건을 신청했던 사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 8월까지 정부가 언론중재위에 조정신청한 건수는 동아일보(60) 조선일보(59) 문화일보(39) 순으로 집계된다. 적극적으로 정부의 실정(失政)을 보도한 신문들이 상위권에 포함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선언했던 ‘대(對)언론 전쟁’이 진행중인 느낌이다.

    이렇게 열심히 싸우자니 예산도 적잖게 들었다. 2004년부터 2006년 동안 정부의 홍보 관련 부서의 예산증가율이 32%로 전체 예산증가율 8.7%의 3.7배나 되고, 홍보분야 공무원은 2004년 625명에서 2006년 763명으로 22.1% 늘어 전체 공무원증가율 1.2%의 18배에 이르렀다.

    참여정부는 왜 이렇게 홍보에 열심인가? 그런데 자세히 보면, 홍보가 아니라 언론과의 시비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잘못된 보도’ ‘악의적인 기사’ ‘왜곡된 뉴스’를 반박하느라 열심이지 정부 정책을 널리 알리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내용이 아닌 것이다. 현 정부는 왜 언론과의 싸움에 몰두하는가. 정부가 정정보도나 손해배상 청구라는 무기로 언론을 위협하고, 댓글로 시비를 걸어 ‘언론으로부터 핍박받는’ 정권이라는 인상을 주어 동정을 유발하려는 술책이라고 한다면 억측일까. 지난 대선 때 상대적으로 전국적인 지명도가 떨어졌던 노무현 후보가 한 유력 신문에 대한 적의를 노골화하면서 유력한 후보로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행여 노 대통령이 아직도 그 시절의 정서로 언론을 대한다면 본인의 불행이요,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언론은 본디 권력을 감시·비판하는 것이 사명이다. 언론의 본분에 충실한 보도는 권력의 입맛에 쓰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권력은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싶은 유혹이 든다. 그러나 민주국가라면 결코 그럴 수 없다.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토머스 제퍼슨의 말이 빈말이 아니다. 미국 헌법이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을 일절 만들지 못하도록 아예 못을 박아 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언론관은 이와 다른 듯하다. 노 대통령은 “언론이 정부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감시하듯이 정부도 언론을 비판하고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는 권력이 언론을 탄압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위험하기 그지없는 언론관이다. 무명 정치인 시절 ‘호화 요트’ 문제로 어느 주간지와 싸우는 동안 형성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일국의 대통령이 가져서는 안 될 언론관이다. 언론을 감시하는 일은 권력이 아니라 시장(市場), 즉 독자와 시청자의 몫이다.

    정부가 묵묵히 일에 몰두한다면, 아무리 악의적인 언론이 비방을 일삼는다 하더라도 국민이 다 알아주게 돼 있다. 현 정권이 벌이는 언론과의 싸움에서 더 이상 언론이 주눅들 것 같지도 않고, 정부가 동정받을 것 같지도 않다. 임기가 3분의 1도 안 남은 마당에 이제 언론과 벌이는 철없는 싸움을 그만둘 때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