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제재조치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2일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미국은 이미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에 따른 제재조치를 조만간 취하겠다는 의사를 우리나라를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과 190여 유엔 회원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을 통한 대북 제재조치는 시행 여부를 넘어 시기와 방법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시기는 정상회담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과 관련한 제품, 물질, 기술 등의 북한 이전 금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과 관련한 제품, 물질, 기술 등의 획득 금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미사일과 연관된 금융 자산의 이전 금지" 등과 같은 내용을 포함(2006. 9. 13, 조선일보)하고 있다.

    또한 미국을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의 요청에 따라 그를 면담했다. 이는 대통령의 외국 방문시 방문국의 재무장관을 면담하는 것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과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계좌 동결조치 등과 같은 대북 금융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폴슨 재무장관이 보도와는 달리 노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금융제재 방침을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결국 이는 대북제재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 표현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상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향후 미국의 대북 제재조치는 유엔을 통한 새로운 제재와 함께 기존의 금융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등 다차원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미국이 BDA 은행의 북한계좌 동결조치를 시행한 이후 북한은 줄곧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를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제시해 왔고, 이에 대해 미국은 금융제재를 6자회담과 별개 문제로 간주하고 대북 금융제재를 강화해 왔다.

    이처럼 북미 양측의 첨예한 대립에 대해 노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줄곧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면서 미국과 감정적 대립을 지속해 왔다. 특히 노대통령은 1월 25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에 압박을 가하고 붕괴를 바라는 듯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한미간에 마찰과 이견이 생길 것"이라고 했고 이에 대해 부시 미국 대통령은 1월 2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달러 위조 문제에 대해 어떠한 타협도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도 노대통령은 핀란드에서 "(북한) 미사일이 미국까지 가기에는 너무 초라하다"며 미국의 대북제재 움직임에 제동을 걸자 힐 차관보가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에 따른 강력한 대북제재 의사를 전달하고 돌아간 것이다. 이는 결국 북한의 태도와 북한을 싸고도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미국의 불만 표시인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외교적 노력을 사실상 포기함에 따라 대북제재 보다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노무현 정부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미국은 조만간 유엔에서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을 포함하는 새로운 다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켜 나가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는 대북 제재조치에 대한 대다수 유엔 회원국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미국에 동조하고 있고 중국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올림픽 이후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중국이 미국의 입장에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무리이다. 결국 중국도 이에 동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제재조치는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선박에 대한 해상검문, 북한의 달러 위조 및 돈 세탁과 관련된 일부 외국은행들에 대한 제재, 노무현 정부의 지원 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통해 북한에 유입되는 자금에 대한 감시 강화 등의 조치가 시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대하여 강경과 온건 입장이 교차해 오던 미국 조야에는 계속되는 북한의 6자회담 참가 거부, 7월 5일 미사일 발사 시험, 계속되는 노무현 정부의 북한 감싸기로 대북 강경노선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의 달러 위조 문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왔다. 미국인에게 달러 위조는 경제질서를 파괴하는 범죄행위로서 선전포고의 사유가 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인 것이다.

    현재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미국내 경제 활동을 제재하는 조치를 강화해 나가고 있으며 향후 이러한 조치는 기업 또는 기관에까지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이 경우 현대의 금강산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은 어떤 타격을 입게 될 건인가? 현재 진행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또 북한에 퍼주기를 계속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마카오의 BDA 은행 사건 이후 중국이 북한보다 미국을 선택하는 새로운 분위기는 무엇을 시사하는지 되새겨 보아야 한다.

    9.11 테러 5주년을 맞아 부시 미국 대통령은 11일 저녁 TV 생중계 연설에서 "자유세계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삶을 유지하려면 이 전쟁에서 이기는 수밖에 없다 ... 이 전쟁은 이제 초기 단계일 뿐이며 미국과 극단주의자 중 어느 한쪽이 승리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북한을 포함하는 일부 테러 지원국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제재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김정일 정권의 앞날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도 국제사회에서 더욱 '왕따'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정말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되었다. 이를 어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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