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5일 사설 <대통령 판단에 연연하는 ‘전효숙 헌재소장’>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 등 6인의 헌재 재판관 후보에 대한 5∼12일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제출된 서면 답변서는 그것이 ‘법관의 답변’인지부터 의심스럽게 한다. 김종대·민형기 후보가 간통죄에 대해 밝힌 입장은 “세계적으로…폐지되는 추세”라는 식으로 토씨까지 거의 같다. 결론이 같음은 물론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헌재-대법원 통합론, 로스쿨 도입 등 다른 법조 현안도 예외가 아니다. 이처럼 낯뜨거운 사례가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대법관 후보자 3인 청문회 역시 답변서 표절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대한민국 중추 사법기관을 구성하는 이들 재판관과 대법관이 인사청문과 같은 막중한 법적 절차를 밟으면서 남의 것을 서로 베껴 답변서라고 내놓는 행태를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그러잖아도 9월 중순 출범을 앞둔 제4기 헌재는 ‘편법 임기’의 원죄를 안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퇴 후 지명이라는 편법으로 전 헌재소장 후보의 임기를 ‘3+6’년으로 늘리고, 재판관 임명 대통령 몫을 대법원장 지명 몫으로 돌린 것이다. 헌재의 정치적 중립 확보를 위해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에게 각 3인의 지명·선출권을 분할한 헌법 제111조 제2, 3항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그런데도 이용훈 대법원장은 편법을 비판없이 수용해 지명권을 행사했고, 그렇게 지명받은 후보 2인은 서로 답변서를 베꼈으니 그 지명권자에 그 후보다.

    전 소장후보의 시각은 더 미덥잖다. ‘편법 임기’ 논란과 관련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임명권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답변했다. 재판관으로서의 판단이 노 정권에 경도돼 왔다는 비판에 대해 “헌법·법률·양심에 좇아 결정해왔다”고 한 대목과 달라 헌법을 보장하고 주권을 행사하는 최고 심판기관의 기능·역할 또한 ‘임명권자의 판단’을 추수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국회는 전 소장후보의 이같은 헌법 및 헌재 인식 역시 철저히 검증해 적임 여부를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