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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도 북한에 대한 동포애를 강조하며 ‘햇볕정책’을 고수하지만 북한은 오히려 이를 비웃으며 군비확장을 촉구하는 사상교육에 몰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가 5일 입수한 북한 인민군 부대 군관(장교)·장령(장성)용 ‘학습제강’(일종의 사상교육 자료)은 “미국놈들의 눈치만 보면서 우리에게 못되게 나오던 남조선괴뢰들도 우리에게 잘 보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며 평양에서 개최된 6·15통일대축전에 참석한 남한 대표단과 금강산 관광 등을 그 ‘증거’로 들었다.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자기 부문의 싸움준비를 빈틈없이 완성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이 자료는 주체 95(2006)년에 조선인문군출판사가 발간한 것으로 2005년에 북한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이 주 내용으로 채워졌다.
교육자료에는 “놈들은 이번 6·15통일대축전 행사에 력사상 처음으로 괴뢰 정부와 남조선의 각 정당, 사회단체로 구성된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했다”며 “여러 가지 간판을 단 수많은 대표단도 그칠 새 없이 들이밀고 있지만 이것은 우리를 속여 넘기고 내부로부터 녹여내기 위한 적들의 교활한 기만술책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또한 “적들은 기만적인 유화전략으로 (우리 군대와 인민들의 사상에) 파멸구를 내려 하고 있다”며 “우리가 적들의 검은 속심을 가려보지 못하고 순간이라도 놈들의 책동에 말려들어가게 된다면 타락과 변질의 길에 굴러 떨어져 당과 조국을 배반하게 된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자나 깨나 언제나 적과 싸워 이길 생각만 해야 한다. 이백년 숙적의 무리들이 스스로 무기를 놓고 우리와 ‘좋게’ 지내며 ‘자비’를 베풀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보다 어리석은 짓은 없다”고 했다.
미국을 “이백년 숙적의 무리들”이라고 표현하며 적개심을 드러낸 교육자료는 작년 2월 핵보유 선언 이후 상황을 “원래 극악한 미제의 전쟁두목 부쉬놈은 2월 외무성 성명을 통해 우리가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단호히 선언하자 안팎으로 궁지에 몰려 갈팡질팡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우리에게 머리를 숙이고 굽어들기 시작했다. 미 국무장관 라이스년은 ‘지금까지 태도를 철회하고 현실적이며 실현 가능성 있는 문제를 놓고 북조선과 마주앉을 것’이라고 추파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