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식탁정치’에 한나라당이 경계심을 드러냈다. 여당 의원들과의 잇따른 식사회동을 통해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잡고 차기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5일 노 대통령의 8월 식탁정치를 ‘게이트 면피용’, 9월의 식탁정치는 ‘차기 대선 올인용’이라고 규정하며 “‘식탁정치’에서 손을 떼고 ‘집무실 정책’에 전념하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이 식사 자리를 통해 주요 현안들에 대해 여권 전체의 대응방향을 제시하고 ‘알아서 엎드려라’는 식의 암시성 발언을 되풀이함으로써 여론의 왜곡과 진행 중인 수사에 변질을 가했다”며 식사자리에서 쏟아낸 바다이야기 사태 관련 노 대통령의 발언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나 대변인은 “바다이야기 파문이 권력형 도박 게이트로 사건의 본질이 드러나자 일부 언론인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정책실패’로 규정함으로써 게이트 ‘몸통’으로 통하는 입구를 사실상 차단했다”며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석상에서는 ‘조카는 아무 관계없다’고 검찰 수사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확실히’ 그어줬으며 도박게이트를 ‘게임 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해 관련업체와 정치권 쪽으로 여론의 초점을 틀었다”고 말했다.

    그는 “식사자리에서 노 대통령의 연쇄적인 관련 발언이 나온 후 대통령 친인척을 비롯한 몸통에 대한 의혹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대신 국회 등 정치권이 도마 위에 올랐다”며 “이제는 원죄론이 고개를 들며 자연스레 DJ정권을 겨냥하고 있다. 이게 단순히 오비이락(烏飛梨落)이냐”고 반문했다. 나 대변인은 “수사의 방향까지 자상하게 잡아주는 메시지를 노 대통령은 집무실도 아닌 식탁 위에서 반복한다.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의 ‘대선 불개입’ 발언과 관련, “8월의 식탁정치 주제가 ‘게이트 면피’였다면 9월 식탁정치의 주 메뉴는 ‘차기 대선 올인’ 선언이냐”고 경계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다만 민주적 절차가 무시되지 않도록 지켜볼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며 “그동안 노 대통령의 역발상에 비쳐볼 때 ‘민주적 절차’ 운운한 말이 결국 경선 과정에 개입하고 나아가 ‘후계자’ 옹립에 적극 나서겠다는 복심을 담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정무팀이 부활하고 열린우리당 내 친노(親盧) 직계 인사들이 때 이른 ‘오픈 프라이머리’ 논의를 주도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며 “‘식탁정치’에서 손을 떼고 ‘집무실 정책’에 전념해라. 그게 그동안 현 정권의 국정 실패를 그나마 조금이라도 만회하는 길이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