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50일. 그러나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30~31일 이틀간 열린 워 크숍에선 강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한 불만이 봇물처럼 터졌다. '과연 강 대표가 당 운영을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만큼 이번 워크숍은 강 대표에 대한 비난으로 채워졌다.

    쏟아진 불만은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고 광범위했다. 주요쟁점인 전시 작전통제권 논란, 바다이야기 파문은 강 대표의 자질문제로까지 번졌고 이런 불만에 강 대표가 공개적으로 맞대응하면서 갈등은 감정대립으로 번졌다.

    화근은 강 대표가 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해 당 자체감찰 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30일 홍준표 의원 주장을 31일 의원워크숍에서 공개비난하면서 부터 시작됐다. "지해행위 하지 말라"는 강 대표의 경고에 홍 의원은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받아쳤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도 홍 의원은 자신의 '자체감찰' 주장의 진의를 설명하며 강 대표를 몰아세웠다.

    화가 가시지 않은 듯 홍 의원은 회의장 밖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도 "튄다느니 해당행위라느니 하는 발언은 적절치 않다. 내가 15년 전부터 튀어온 사람인데 뭣하러 다시 튀려 하겠느냐"며 "지도부가 정국대응 전략이 부족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도와달라고 하면 얼마나 분위기가 좋냐"고 말했다. 자체감찰을 하자는 홍 의원 발언에 동조하는 의원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홍 의원 말이 맞다. 말씀 아주 잘하셨다"(이재웅 의원) "맞는 말 했다"(곽성문 의원)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고진화 의원은 소속 의원들간에 제대로 된 토론없이 전작권 관련 결의안이 발표되고 토론이 비공개로 진행된 점 등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고 의원은 "어제(30일) 결의안도 미리 내용을 정하고 토의없이 채택하지 않았느냐. 충분히 토의를 거쳐야 한다. 오늘도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하는데 (당 내부의)이견이 생생하게 전달되도록 공개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고 의원은 또 "전작권과 관련해 미국이 혼동된 메시지를 보내는데 한나라당은 외풍에 춤추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찬숙 의원은 강 대표의 '참정치 운동'에 "우리 스스로 매번 당하는 꼴이다. (당내에)감찰단 설치하겠다고 하는데 윤리위원회도 있다. 국민들은 부패에 몸부림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참정치는 큰 테마 한 두가지로 정리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회의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난 일부 의원들의 입에선 더 거친 목소리가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한나라당은 동료애가 없다. 동료애가 없으면서 잘못된 일이 생기면 동료애를 찾는다"고 힐난했고 한 초선 의원은 "이런 당이 어디 있느냐. 시스템이라고는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회의장 분위기는 (강재섭을)포기한 분위기"라고도 했다.

    이런 불만에 강 대표는 "내가 한발 더 희생하는 정신을 갖고 역지사지하겠다. 불만이 있으면 전화도 하고 술도 한잔 같이 하자. 힘을 합쳐 열심히 해보자"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결의안 채택에도 불구하고 전작권에 대한 이견은 더 커지고 있고 바다이야기 파문을 놓고 서로에게 큰 상처만 입힌 채 워크숍이 마무리됨에 따라 강재섭호가 순항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