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은 더욱 치열해져야 한다

    8월 28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 문제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정부는 오로지 국내정치용으로 작통권 단독행사 문제를 선동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노대통령은 작통권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2006. 8. 29, 조선일보) 강대표가 이 시점에서 작통권 환수 문제를 국내정치용으로 비판하고 전선을 분명히 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강대표의 이와 같은 지적이 한나라당에게는 작통권 문제에 대처하는 당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당의 단합에 기여하고, 국민들에게는 노무현 대통령의 비열한 꼼수식 여론 선동을 더욱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이미 8월 17일자 뉴데일리 칼럼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작통권 조기 환수 주장에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기자회견 말미에 나온 "미국정부도 돌려주겠다 하고 한국정부도 돌려받겠다는 상황에서 일개 야당의 주장이 얘기가 될 것으로 보이느냐"는 기자의 질문(2006. 8. 28, 뉴데일리)에 좀 더 적극적인 설명을 하지 못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기자의 '일개 야당' 발언에 한나라당은 불쾌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거 민주화 투쟁 시기에 야당이 보여주었던 치열한 모습을 한나라당도 보여주었어야 했다.

    이와 같은 아쉬움은 결국 작통권 논의 중단을 촉구하기 위한 결의문 발표를 위해 어제 열렸던 한나라당 의원총회로 연결되었다. 사대주의로 오인받을 우려가 있으니 논의 '중단'을 '연기'라고 표현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시작된 어이없는 논쟁과 의원총회 참석자가 적어 결의문 발표를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 결정은 한나라당이 정권 탈환을 위해 투쟁하는 야당으로서 강렬한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들에게 대단히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와 관련하여 며칠 전 필자가 경험한 한나라당 인사들과의 대화도 치열한 야당의 모습을 보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노대통령의 작통권 조기 환수 주장에는 정치적 노림수가 있음을 지하고 그 노림수로 형편없이 추락한 지지율 만회, 작통권 환수로 인해 계속 파생될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페지, 연방제 논란 등 문제의 내년 대선 활용과 같은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였다.

    또한 최근 KBS와 한겨레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2012년까지 작통권 환수에 찬성하는 사람이 대략 45%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람들이 대선에서 여권에 대한 지지로 연결될 가능성도 경계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인사들은 작통권 문제를 대선까지 연계시킬 필요가 없다는 점, 대선 정국에서 북한이 연방제 문제를 제기할 환경이 아니라는 점, 작통권 환수에 찬성하는 사람들을 대선에서 여권 지지로 연결시킬 필요가 없다는 점을 여러 가지 논리를 들어 설명하였다. 필자도 제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까지 좌파정권의 행태상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반미선동은 어이없게도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여죽은 효순, 미선을 위한 촛불시위로 고조된 반미정서와 맞물려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것이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될 문제인가?

    물론 작통권 환수로 인해 당장 주한미군 철수나 연방제와 같은 이슈들이 대두될 환경은 아니라고 하지만 북한의 선동과 좌파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이와 같은 이슈들이 제기되고 여기에 친여(親與) 언론이 가세하여 이를 민족 대 반민족, 통일 대 반통일 구도로 몰고 가는 경우 상황이 어떻게 되어 갈지는 2002년 대선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인사는 노대통령의 무지(無知)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있음을 지적했다. 당연히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노대통령의 무지보다 교활한 꼼수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더욱 중요한 요인의 하나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까지 여권은 끊임없이 선동적 이슈를 조작하고 이를 통해 국민을 현혹시켜 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여권의 교활한 꼼수에 대비하고 이들의 꼼수에 앞서 참신하고 건설적인 이슈를 창출하여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여권은 막강한 정보와 금력을 쥐고 있는 난폭한 공격자이다. 한나라당은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은 취약한 방어자일 뿐이다. 오로지 동원할 수 있는 무기는 경각심과 대비일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인사들이 이리도 안일해서야 어떻게 대선을 치르겠는가? 김대중 정권 말기 실질적 대통령을 했다는 이회창 후보는 왜 패했는가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선거에서 유권자는 결코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부평초와 같이 떠다니고 여론의 흐름에 쉽게 오염되는 존재인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은 당의 단합을 통해 여권의 해괴한 논리를 무력화시킬 논리를 개발해 끊임없이 국민에게 다가가 호소하는 일 뿐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강대표의 8월 28일 기자회견은 안보문제마저 정략적으로 악용하려는 노대통령의 비열한 정치적 노림수와 꼼수를 정확히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당내 일각의 딴지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존망이 걸린 작통권 문제에 대해 당의 강력한 입장을 천명하였다는 것은 중요한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강대표의 노력은 하루만에 빛이 바래지고 말았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모습이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낳게 될 지는 한나라당 자신이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표를 겨냥해 국민을 의식하는 것도 어느 정도이다.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으로 거듭나고 정권을 탈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안보문제에서 만큼은 당의 분명한 정체성과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은 더욱 치열해져야 한다. 분발해 주기 바란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