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8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2009년에 한국으로 넘기겠다고 우리 정부에 공식통보했다.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는 또 "주한미군의 방위비는 한.미가 동등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작권 단독행사에 따른 '안보 청구서'가 미국에서 날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설정한 전작권의 단독행사 시점은 2012년이다. 대북 정보 감시나 타격 능력을 제대로 확보하려면 최소한 이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미국이 7월에 열린 '안보정책구상' 회의에서 2009년을 제시했으나, 실무선의 판단으로 여겼다. 윤 장관이 국회에서 '2012년은 어디까지 목표 연도'라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그러나 미국은 '2009년'이 불변임을 국방장관 채널을 통해 우리에게 통보한 것이다. 2012년은 한국의 '희망사항'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3년 남짓 남은 시일 내에 우리가 전작권을 단독행사할 만큼의 전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는 군사전문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미국의 '2009년 고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 등 미국의 국익을 위해선 한국의 입장을 감안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방위비를 동등하게 분담하자는 럼즈펠드의 요구에는 전작권 이양을 보는 미국의 '냉소'마저 엿보인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분담률은 41% 내외에 달한다. 미국은 이를 50%로 올리라는 것이다. 2005~2006년도 우리 측 분담액은 직전 연도보다 8.9%가 줄어든 6804억원이었다. 주한미군 규모가 감축되는 만큼 줄여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논리 아래 금년도에도 더 축소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런데 미국은 아예 한국의 분담률 자체를 10%포인트 정도 올리라는 것이다. '한국이 전작권을 단독행사할 만큼 국력이 큰 나라가 됐다는데 그에 걸맞은 부담을 지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전시용 탄약 확보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5조원대인 이 탄약을 무상이나, 가급적 싼값에 구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같은 논리로 '제값대로 치자'고 나올 경우 우리의 부담은 그만큼 가중되는 것이다.

    정부는 9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발등의 불로 떨어진 이런 현안들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그래야 기정사실화된 전작권의 단독행사에 따른 국민의 불안감이 그나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단독행사 시점이라도 최소한 정부가 목표한 2012년으로 늦출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산 확보도 이제는 말로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재원(財源)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