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의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 고발 조치에 대해 “옹졸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23일 “요즘 청와대 행태가 진짜 마음에 안든다”며 고발당한 나 대변인보다 더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야당 대변인으로서 동병상련을 느끼는 듯 박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에서 “대변인은 한 정당의 입으로서 서로 상대편 입에 대한 공격은 자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청와대가 나 대변인을 고발한 것을 보고) 나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잘못 보인 것은 없는지 걱정이 되더라”며 “야당 입을 막는 청와대의 옹졸한 정치”라고 분개했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의 한나라당 대변인 고발 문제는 책임 있는 발언을 하라는 수준이 아니라 스스로 검열하라는 것”이라며 “이는 언론이나 야당 대변인들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요즘 청와대 행태가 진짜 마음에 안든다”며 “대통령이 했던 발언은 문제가 생기면 일단 무조건 아니라고 부인하고, 언론이든 야당이든 맘에 안 들면 법원부터 가자고 윽박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의 나 대변인 고발로 인해, 대한민국 정치는 판사 출신 변호사 대통령과 판사 출신 변호사 야당 대변인 간 ‘법정정치’로 전락하려 하고 있다”며 “청와대의 옹졸한 정치가 극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청와대가 나 대변인을 고발하며 “더 이상의 정략적 공세 및 불법행위를 방지하고, 무책임한 허위·과장 폭로로 대변되는 잘못된 정치풍토를 바로잡기 위해 고소를 하게 됐다”고 말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무슨 야당 정치 훈육실이냐”며 “잘못된 정치풍토는 최근 들어 청와대가 더 많이 양산해 왔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는 “야당의 비판이 듣기 싫다고 짜증부리기 전에 대통령 스스로 인정한 국가 차원의 ‘중대정책 실패’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말해야 할 때”라며 “야당 대변인에 대한 고발 방침을 철회하고 수준 낮은 법정정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청와대와의 법정다툼의 주인공이 될 나 대변인은 차분하게 대응했다. 판사출신인 나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에서 “사실 법하고 친하다고 생각을 한다면 내가 청와대보다 좀 더 친한 것 같다”며 “이것을 법적으로 어떻게 검토해봐야 될지, 법을 한번 이용할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 법을 무시하고 헌법을 도외시한 이 정권이 법을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에 정말 아연할 수밖에 없다”며 “터무니없는 고소로 야당의 입을 막아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 한다”고 어이없어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