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은 8월 9일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 단독행사(환수) 문제를 언급하면서 “작전통제권 이야말로 자주국방의 핵심이다. 자주국방이야말로 주권국가의 꽃이다”라고 하면서 작통권 환수를 자주(自主)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 대통령이 미국 하자는 대로 ‘예, 예’ 하기를 한국 국민이 바라느냐”고 국민의 정서에 호소하면서 작통권 환수 문제를 정치화하고 나섰다.
노대통령의 회견에 따른 파문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두 달 후(10월)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작통권 환수에 관한 전체 로드맵이 드러날 예정이다. 작통권 환수 문제에 관한 협의를 앞두고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작통권 환수 문제의 정치화이다. 작통권 환수 문제가 정치화되면 10월에 열릴 SCM에서의 협의 자체는 물론 로드맵의 작성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협의 과정에서 양국 참석자들은 정치적 압박에 따라 합리적인 논의와 판단이 없이 성급하게 작통권 환수에 관한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고 이와 같은 결론이 로드맵에 반영될 경우 로드맵의 이행을 주한미군 철수, 민족공조 등과 연결하려는 세력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어 온 나라가 혼란의 와중으로 빨려들게 되고 나아가 한미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목적이 있어 이런 무책임하고 좌(左) 편향적인 안보관과 한미동맹관을 표출하고 있는가? “자기 나라 군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지 않은 유일한 나라”라는 지극히 시대착오적이고 무지(無知)를 드러내는 발언을 하면서까지 자주외교, 자주국방을 주장하고 있을까? 세계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자주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나라는 오직 북한뿐인데 그렇다면 노대통령의 자주는 북한의 논리에 근거한 것이라는 말인가?
노대통령이 이와 같은 모순 덩어리의 발언까지 구사하면서 작통권 환수를 고집하는 이유는 강한 정치적 노림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선 형편없이 추락한 국민의 지지를 만회하고 반(反)한나라당 세력의 결집을 통해 다가오는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노림수를 경계해야 한다. 또한 북한과 연대하여 국체(國體) 변경을 시도하고 새로운 북풍(北風)을 통해 다가오는 대선에 활용하려는 노림수를 경계해야 한다.
첫 번째 문제와 관련하여 작통권이 한미 대통령의 공동 지휘를 받아 한미 연합사령관이 행사하도록 되어 있어 ‘환수’라는 말보다 ‘단독 행사’라는 말이 적합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환수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자주’ 이미지를 극대화시킴으로써 정치적 기반 강화에 이용하려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노대통령은 작통권 환수 문제의 정치화를 통해 친노, 진보 세력을 자극하고 편가르기를 시도하여 지지층의 재결집을 노리려는 것이다. 과거 ‘양극화’ 문제를 통해 불필요한 선전, 선동에 국력을 소모하면서 국가와 국민을 파탄 지경으로 몰아넣었던 노대통령은 이번에는 작통권 환수 문제를 통해 국민들 특히 20~30대의 반미정서에 불을 당기면서 지지층의 결집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작통권 환수 문제가 성격상 정책적 사안이라기 보다는 상징성이 큰 정치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가 효선, 미선 사건에 이어 제2의 반미 자주 캠페인으로 변질되어 대선 정국의 흐름을 바꾸게 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일부 언론을 안보장사꾼으로 비판했던 노대통령도 지지층의 결집에 안보 문제를 동원하는 ‘신(新)안보장사’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작통권 환수 문제 외에 평택 기지 문제, 한미 FTA 문제 등이 신안보장사에 동원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두 번째로 노대통령의 작통권 환수 주장의 배경에는 평화체제, 미군철수, 연방제로 이어지는 국체(國體) 변경 시나리오가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는 좌파(左派) 시민단체들이 작통권 환수 문제를 북한에 대한 미국의 무력제재를 사전에 차단하고 나아가 남북연방제 실현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주장해 왔다는 점에 기인한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의 선군(先軍)정치를 선전해 온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와 미군 철수를 주장해온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하 ‘평통사’) 등이 작통권 환수 문제를 평화체제, 미군철수, 연방제와 연결시켜 주장해왔으며 이들의 주장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크게 영향을 미쳐왔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2005년 9월 28일 평통사 관계자와 만난 서주석 NSC 전략기획실장(현재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이 “평통사가 제기한 문제들을 충분히 고려해 보겠다”(2006. 8. 11, 조갑제 닷컴)고 답변한 점은 이를 입증한다.
이러한 노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는 향후 대선에서 좌파 정권의 재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계속되는 재벌 때리기를 통해 국내의 여론이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대립으로 이분화된 상황에서 일련의 안보 문제로 야기될 반외세와 민족, 자주와 종속, 반통일과 통일이라는 이분법적, 감정적 대립으로 인해 온 나라는 혼란의 와중으로 빨려들게 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지금 한국은 더 이상의 전략 요충지가 아니다. 1940년대 후반 애치슨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이 한반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한국말고도 미군을 필요로 하는 데는 많다”(2006. 8. 11, 조선일보)고 말한 스콧 스나이더 미국 국제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말이 걱정스럽게 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