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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칩거를 풀고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시작한다. 20여일동안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경제 서적 탐독에 빠져있던 박 전 대표는 15일 선비(先妣) 육영수 여사 제32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마치 ‘국회의원 박근혜’로서 콘텐츠를 쌓고 차기 대권 행보에도 속도를 붙이려는 박 전 대표가 그 시작을 가장 먼저 ‘어머니’에게 알리는 듯했다.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이날 추도식장에는 육 여사를 기리는 애도의 물결이 넘쳤다. 폭염 속에서도 2000여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이날 추도식에서 박 전 대표는 행사 내내 엄숙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으며 추도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자리에 앉아 인사를 건네는 다른 유족들과 달리 일어서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피습사건으로 생긴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박 전 대표는 압박붕대를 한 채 동생 근영씨, 지만씨 내외와 함께 가장 먼저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묘소에 분향을 했으며 추도식이 끝난 후에도 헌화와 분향을 마치고 내려오는 다른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현안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여야는 물론 보수와 진보 간에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방침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표는 “그런 것을 지금 거론해서는 안된다. 한미동맹 양국 간에 서로 어긋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한미 양국간에 충분히 조율하고 우리가 준비됐을 때 논의해야 한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전시작전권 이양은 우리나라 안보를 흔들리게 하고 그렇게 되면 경제여건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고 한나라당 이석원 부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또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서도 “지난 번 일본에 갔을 때 고이즈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직접 우리 국민들의 뜻을 전달했다”며 “주변국 여러 국민들의 감정을 배려해서 행동해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는데 오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한 박지만씨는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하는 박 전 대표의 마음을 전하는 듯 “어머니께서 평생 실천하며 가르쳐주신 것은 한마디로 인격을 중시한 참사랑이었다”며 “그 뜻을 헤아려 가족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사랑의 손길로 밝은 미래를 갖도록 돕는 것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소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육 여사 생전 청와대 출입기자였던 이한수 전 서울신문사장과 배화여고 후배 김정숙씨, 육 여사 타계 소식을 군대에서 접한 장진환씨가 추도사를 낭독했다.
한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남색 조끼를 입은 회원 30여명을 추도식 행사장 곳곳에 배치하며 박 전 대표를 자체 경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