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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 명분이야 좋지…, 진정 국익을 위한다면 그런 말을 꺼내서는 안 된다”.
김성은(83. 63∼68년 국방부 장관) 이상훈(74․ 88∼90년 국방부 장관) 두 전직 국방부 장관은 9일 노무현 정부의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 추진에 울컥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이들은 10일로 예정된 전시작통권 환수 추진 중단 논의를 위한 전직 국방부 장관 10여명과의 논의에 앞서 이날 오후 서울 강남 모처에서 뉴데일리와 만났다.
김성은 전 장관은 “김정일이가 원하는 것이 바로 미군철수인데, (노 정부가 미군을) 직접 나가라고 하면 반발을 살까봐 전시작통권 환수로 이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고 정부의 전시작통권 환수 추진 저의를 따져 물으며 불편한 심기를 인터뷰 시작부터 여과 없이 표출했다.“국제무대에서 ‘무슨 동맹국이 저 따위가 있느냐’고 남들이 비웃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작전지휘를 한미연합사령관이 갖고 있다는 사실, 그것 때문에 한미 동맹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전시작통권 환수 즉시 한미연합사 해체로 인한 대북 억지력 면에서 갖는 상징성이 사라지고 미군 철수 등이 우려 된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의 북한 미사일 도발 상황까지를 감안한다면 전시작통권 환수 여부를 둘러싼 문제는 우리 안보에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심각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이를 기어코 밀어붙일 태세라는 지적이다.
김 전 장관은 “나라간의 동맹은 현실적인 적에 대한 공통인식을 갖고 있을 때 성립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북한을 현실의 적으로 보는데, 우리는 주적 개념에서도 지우고 ‘동포다’ ‘민족공조다’ 하며 사사건건 미국과 대립하고 있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김 전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국제무대에서 ‘무슨 동맹국이 저 따위가 있느냐’고 남들이 비웃고 있다”고 전하면서 “심각하다. 전시작통권을 가져오면 그간 (한미간) 쌓여왔던 게 한꺼번에 터져버릴 수 있다”면서 전시작통권 환수 추진 논의 자체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그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가장 민주주의도 잘 수립했고, 경제성장도 잘하고 국제적인 우량아였는데 이제는 제일 불량국가인 김정일쪽에 편들어 우리도 고립쪽으로 가려는 것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내보이기도 했다.이상훈 전 장관도 노 정부의 전시작통권 환수 추진 문제를 국가보안법 문제와 연관지으면서 “국보법은 간접침략으로부터 우리 나라를 보호하는 것이라면 전시작통권 문제는 직접적인 군사력을 어떻게 운용하느냐를 좌우하는 것으로 국보법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장관은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국방을 이용하면 안된다”며 전시작통권 환수 추진 움직임에 일침을 가했다.
“전시작통권 환수는 한국 방위의 큰 중요축 무너지는 것”
이 전 장관은 이어 “현 정부의 386, 좌경, 친북 세력 이런 사람들이 자주권, 독립권으로서 작전권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마치 그 사람들의 슬로건처럼 돼 있다”면서 “작전권은 우리나라 국방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어느 지휘체제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국민의 감정, 자주권은 그 다음 문제”라고 따끔히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전시작통권 환수는 한미동맹의 상징인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근 30년 동안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한 것은 햇볕정책, 대북유화정책이 아니라, 한미연합작전태세 즉 한미동맹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라면서 “전시작통권 환수는 한미연합사의 해체를, 한미연합사 해체는 곧 한국 방위의 큰 중요축이 무너지는 것이며 그래서 이 문제가 중요하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 전 장관은 또 “전시작통권이 환수되더라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계속 유효한 만큼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하고 전시 증원전력도 계획대로 온다고 정부가 얘기하는데,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국민을 안심시키기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군 지휘관이 없는데 증원군이 도착해도 누가 지휘하겠느냐”고 정부의 ‘무사안일’식 안보의식을 질책했다.
“역대 장관들 중 윤광웅보다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나"
이들은 특히 윤광웅 현 국방 장관에 대한 불쾌감도 여과없이 쏟아냈다. 지난 2일 역대 국방장관들이 윤 장관에게 전시작통권 환수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환수 되더라도 대북 억지력에서 문제가 없다’ ‘우리 군의 발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염려’라고 반박한 윤 장관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내용은 자기가 모르는 것이지…”라고 불쾌해 하면서 “지금 북한 핵 문제도 해결 안되고 미사일은 쏴대고, 선군정치하는 등 급변하고 있는 안보 상황에서 뭣하러 한국의 안보를 뒤흔드는 짓들을 하느냐. 그게 안타깝다”고 비분강개했다.
김 전 장관도 “역대 국방장관들 중에서 윤 장관보다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느냐. 모르기는 지가 모르지”라면서 “우리 나라 국방을 이런 사람이 맡아서 되겠느냐하는 문제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윤 장관의 거취 문제 요구까지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이들은 마지막으로 전시작통권 환수 추진 중단을 위해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도 ‘한국 국민 대다수는 현 작전체제하의 한미연합사 존속을 원하고 있다. 급작스럽게 한미안보 틀을 바꾸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내용의 입장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이 두 사람을 비롯한 전직 국방장관 10여명은 10일 오전 서울 신천동 재향군인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전시작통권 환수 추진 중단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함께 윤 장관의 진퇴 여부 문제까지 거론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