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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국방·안보 현안을 설명하기 위해 4일 한나라당을 찾은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한나라당 지도부의 쏟아지는 질책을 들어야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윤 장관의 현안 설명을 듣기에 앞서 군 원로들의 ‘고언’을 “오래전 군 생활해서…”라고 치부해 버린 그의 전날 기자회견을 지적하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떠난 지 오래 됐기 때문에 모른다’는 말은 인격 폄하이자 대한민국 군에 대한 모독”이라며 “국민들이 잘못을 지적하는데 사과를 하지 않나. 윤 장관도 현역에서 물러난 지 오래되지 않았느냐”고 국회 원내대표실을 찾은 윤 장관을 몰아붙였다. 이어 “그들도 세세한 내용은 몰라도 알 만큼은 아는 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명예와 인격에 누를 끼친 데 대해 사과하라”고 말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나도 행정부에서 오래 근무 했었다. 행정부 근무를 잘 하려면 원로들의 자문을 잘 구해야 한다”며 “그런데 윤 장관이 군 원로들을 ‘잘 모른다’고 폄하하는 것은 거꾸로 그동안 윤 장관이 원로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자문을 구하는 데 게을렀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장성 출신인 황진하 국제위원장은 “지금 국방부가 나라 지키는 국방부냐 아니면 정권 지키는 국방부냐”면서 “전시작통권 환수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 ‘어떻게 대비하겠다’는 이야기를 해야지 원로들에게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하느냐. 윤 장관이 그만둔 뒤 안보가 우려돼서 현직 장관에게 고언했는데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하면 기분 좋겠느냐”고 격분했다.
그러나 윤 장관은 쏟아지는 질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분들이 오래 군을 떠나 있던 분들이어서 우리 군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느끼는 부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한 것일 뿐”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기자간담회에 대해서도 “원로들과의 모임이 비공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았으나 참석자가 그 내용을 브리핑함으로써 마치 전시작통권 환수가 주한미군의 완전철수와 우리 군의 정보능력 약화 등으로 이어져 안보 불안을 야기할 것처럼 국민에게 알려져 해명이 필요했다”고 강변했다. 윤 장관은 한나라당의 사과 요구도 끝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 없는 전시작통권 환수 반대한다”
이날 면담자리에서 한나라당은 전시작통권 환수 반대 입장도 명확히 전달했다. 전 의장은 “자주국방에 누가 반대하겠느냐. 그러나 우리가 먼저 능력과 여건을 갖춘 후에 해야지 이상만 앞세우면 일을 그르치는 법이다”며 “한나라당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전시작통권을 환수하는 데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이 깨지면 우리는 미국의 핵우산에서 벗어나게 된다. 또 자주국방에 따른 막중한 국민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지 재정계획도 있어야 하지만 그런 것도 없다”며 “이상만 앞세워 국가안보를 누란의 위기에 빠뜨리는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한나라당측 간사인 김학송 홍보기획본부장은 “전시작통권 환수 시점과 관련해 정부와 미국의 말이 다르다”며 “이런 것을 보면 결국 전시작통권 환수는 한미동맹이 깨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군 원로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그들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다가 다음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우리 군의 현실을 모른다’는 식으로 역공을 취한 것은 청와대 등의 압력 때문이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국방위 소속 송영선 의원은 “윤 장관이 ‘전시작통권을 환수해도 미군이 유사시 지원전력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했는데 이때 드는 비용이 무려 300조원이다”며 “전시작통권을 환수하면 미국과 우리는 동맹관계도 아닌데 미국이 뭐하러 300조원을 들여 병력을 전개시키겠는가. 이것은 윤 장관이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철저한 속임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