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3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이재용 전 환경부장관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20일 마감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공모에 공단의 상임이사 한 명과 함께 지원했다.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이 2004년 총선 때 대구에서 떨어지자 “영남 지지율이 낮아 명망있는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으니 선거 때마다 인물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환경부장관에 앉혔다. 이렇게 9개월 동안 장관 자리를 주어 ‘명망’을 키워 이 전 장관을 지난 5월 지방선거 때 대구시장 후보로 내보냈으나 또 떨어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위로선물’로 주겠다는 것이다. 국민 돈으로 월급 주는 공기업 이사장 자리를 대통령 호주머니의 장난감으로 생각하지 않는 한 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청와대는 1년 전 이재용 환경부장관을 임명하면서 “10년 이상을 지역 환경운동에 앞장선 대구의 대표적 환경운동가로서 전문성을 갖췄다”고 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온 국민이 내는 의료보험료 등 한 해 24조원의 예산을 관리하며 국민 보건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기업이다. 청와대는 불과 1년 전엔 환경전문가로서 전문성을 들먹이며 장관에 임명하더니, 이번에는 무슨 핑계로 그를 건강보험 전문가라고 둘러댈 것인가.

    대통령은 지난주 “코드인사, 낙하산인사라고 하는데 코드가 안 맞는 인사를 하면 잘 된다는 것이냐. 코드가 나쁘다, 낙하산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고 했다. 코드 인사를 하지 말라는 말은 공직이란 나라의 업무를 하는 것이니 배짱이 맞는다는 이유로 한 사람을 이 자리 저 자리에 돌려가며 앉힐 것이 아니라 인재를 두루 고르라는 주문이었다. 그런데 그걸 ‘코드 안 맞는 사람 시킨다고 좋은 인사냐’고 되물은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관이 계속 이 상태라면 이 정권의 인사가 제대로 되기는 글렀다고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