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6일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 성북을 지역은 결전의 날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곳은 높은 정당 지지율을 바탕으로 앞서 나가고 있는 한나라당 최수영 후보를 ‘반(反)노무현’ 세력을 등에 업은 민주당 조순형 후보가 추격하는 모양새다.

    “인물이야 조순형이 났지만… 그래도 정권 바꾸려면 한나라당 찍어야 하지 않겠나”

    22일 접전지로 분류되는 성북을 장위시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번 보선 결과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 이같이 말했다. 주민들은 정권을 바꾸려면 민주당보다는 한나라당을 찍는 게 났다고 하면서도 조 후보에 대해서는 “인물이야 괜찮지…”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정부·여당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는 주민들에게 열린우리당 조재희 후보의 이름을 들어볼 수조차 없었다.

    최 후보의 당선을 장담한 장위동 이모씨(50)는 “조순형이 큰 정치인이어서 인기가 있지만 노무현 정권을 싫어해서 결국 한나라당을 찍게 될 것”이라며 “조순형에게 표를 주면 정권 교체의 의미가 없어지니 실제 투표를 할 때는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한나라당을 찍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당 대 당 싸움이다. 최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이길 것이다”고 자신한 그는 “한나라당 지지자들 중에서도 탄핵을 주도한 조 후보를 찍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면서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무소속으로 나왔으면 당선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박모씨(67)는 “성북을은 주변 지역에 비해 낙후돼 있다. 서울시장도 한나라당이니만큼 지역이 발전하려면 최 후보를 찍어야 한다”며 “무능한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길음동 사는 이모씨(61)도 “조순형이 최수영 보다 인물이야 낫지만 당이 마음에 안든다. 한나라당 바람이 거세지 않느냐”며 “아직은 인물보다는 당이 좌우한다.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 후보를 찍겠다는 주민들도 상당수였다. 장위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이기숙씨(51)는 “다른 후보들은 잘 모르겠고 조순형은 잘 안다. 똑똑하고 괜찮은 사람이다”며 “손님들 중에서도 조순형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계업자인 오용술씨(74)는 “조 후보가 깨끗하고 인물 면에서 괜찮다”며 “마지막까지 바른 말을 많이 한 조 후보를 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싹쓸이하지 않았나. 그 정도 차지했으면 됐다”며 “여기는 조 후보에게 양보해도 정권을 바꾸는 데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를 당선시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정당했다는 것도 알려야 한다"고도 했다.

    10분 만에 800명 몰고 온 ‘박풍(朴風)’ 지속 여부 관건

    조 후보에 대해 호의적인 지역 분위기를 경계한 듯 최 후보측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성북구에 위치한 장위시장 앞에서 10분간 최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현장 유세를 진행했으며 800여명의 주민들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전날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다녀갔다.

    대부분 보선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던 지역 주민들은 “박근혜가 왔다”며 순식간에 박 전 대표의 유세차량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선거 때마다 강력한 영향을 미쳤던 ‘박근혜 효과’가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보선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투표일이 언제이냐”고 오히려 되묻던 한 주민은 박 전 대표가 온다는 소리에 “그럼 보고 가야겠다. 박근혜가 한나라당이니까 한나라당 후보 찍어야겠네”라고 말했다. 조 후보에 대해 우호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박 전 대표가 왔다 가면 ‘표심’이 많이 움직일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박 전 대표가 오지 않기를 내심 바랐던 조 후보측도 '박풍(朴風)'을 경계하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조 후보측은 23일 한화갑 대표, 김효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국민중심당 이인제 최고위원과 함께 대규모 유세 행사를 갖고 ‘조풍(趙風, 조순형 바람)’을 통해 민주당 지지자 결집과 부동층 표심을 잡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