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전·색깔 논쟁으로 얼룩진 한나라당의 7·11전당대회가 끝난지 10일이 지난 시점에 당내에서 ‘이단아’로 불리는 고진화 의원이 '뜬금없는 반성문'으로 전대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 있다. 

    고 의원은 21일 ‘국회의원 고진화과 쓰는 반성문’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상처 뿐인 한나라당 전대 과정과 결과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7·11전대에 대해 그동안 당내에서 나왔던 비판과 별반 다르지 않은 비판을 다시 거론했다. 고 의원은 “국민들은 모처럼 한나라당의 ‘올스타전’을 기대했지만 전대 결과 ‘올드 스타전’이 되고 말았고 초청가수 장윤정이 부른 ‘어머나’는 ‘역시나’로 비유되고 있다”며 “정권교체의 비전과 정책노선 경쟁을 기대한 국민들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고 비난했다. 

    고 의원은 또 “전대 이후 남은 것은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계파간 갈등과 싸늘한 국민의 시선 뿐”이라며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배은망덕도 그 수준을 한참 넘어선 셈”이라고 개탄했다.

    고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의 상황을 ‘어둠’에, 자신을 “한나라당의 미래를 밝혀줄 하나의 촛불”에 비유했다. 그는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나라당의 미래를 밝혀줄 하나의 촛불이라도 밝히는 것이 당내 개혁과 한국 정치의 변화를 주창해온 젊은 정치인의 역사적 소명이며 시대정신의 발로라고 굳게 믿는다”며 “지금 한나라당이 처한 어둠을 탓하기보다는 새로운 촛불을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정책대결·정권교체 비전이 없는 3불(不) 전대 ▲집토끼가 조금 컸다고 산토끼 잡기를 게을리 하는 농부 모습의 지도부 구성 ▲대선관리체제 공정성시비로 인한 불협화음 등을 이번 전대의 문제점으로 꼽은 뒤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대선주자들의 공정성 훼손, 박근혜 전 대표의 이재오 후보 연설 중 이석(離席), 색깔론 시비 등에 대해 엄정히 조사해서 가려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전당대회 과정과 공정성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중도개혁정당으로서 노선정립, 정권교체 비전과 리더십, 국민 여론 최대 반영되도록 대선후보 경선 방식 제도적 보완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17대 개원 이후 2년간 변화와 개혁을 주창해왔고 지난 5·31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국민들이 당의 변화를 인정해 준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었다”며 “그러나 전대 결과를 보면서 당의 변화와 개혁은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무르고 있음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나침반을 잃고 방황하는 위기에 이른 데 대해 국민 앞에서 통렬한 심정으로 사과드리고 반성하고자 한다”는 말로 A4용지 다섯 장 분량의 ‘긴 반성문’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