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늑장대응, 삐걱거린 한미공조 등으로 지탄을 받아온 청와대가 조선일보를 '내선일체(內鮮一體) 시대의 친일신문'으로까지 표현하면서 '우리는 잘하고 있는데 언론이 정부를 흔들고 있다'는 주장을 늘어놓아 물의를 빚고 있다.

    청와대는 12일 홍보수석실에서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린 '북한 미사일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시리즈물 중 세번째 주장에서 조선일보를 겨냥해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는 신문"이라고 주장하고 조선일보가 친일적 입장에 있다는 분위기로 몰아가며 맹비난했다. 이 주장은 청와대 홈페이지 메인화면 최상단에 자리잡고 있다.

    청와대의 욕설에 가까운 비난의 근거는 조선일보의 12일자 기사 '북한엔 말없고 일본에 퍼붓는 노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 청와대는 이런 기사를 내보낸 조선일보가 "정부 흔들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투덜거렸다. 조선일보의 이 기사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미사일 도발 6일만에 '처음' 입을 연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다루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마치 남의 일 얘기하듯 "미사일 발사가 이해안간다"며 지나치고서는 국민들의 시선을 일본으로 돌리려했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 기사를 "급박하고 복잡한 외교전을 총지휘하는 장수의 뒤에서 하는 돌팔매질"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조선일보를 향해 청와대는 급기야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무책임하게 '퍼부어' 오면서 일본의 위험한 의도를 부추기는 데 '응분의 성의'를 보탠 것 아니냐"며 "지금은 내선일체 시대가 아니다"며 뜻모를 소리를 해댔다. 청와대는 적개심을 한껏 드러낸 뒤 "조선일보는 반성하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미사일 도발에 일본정부처럼 발빠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느냐는 지적에 청와대는 여전히 "우리 정부마저 미사일 사태를 증폭시켜 긴장을 고조시켰다면 일본의 선제공격론이나 군비강화론에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그 고민과 숙고를 무사태평, 한가한 대처라는 말로 매도하지마라"고 강변했다.

    특정 언론매체를 상대로 말꼬리 잡기에 시간보내면서도 청와대는 이날 주장의 말미에 "복잡한 정세 속에서 (우리도) 바쁘다"면서 "제발 뒤에서 돌 던지지 마라"고 떠들었다. 청와대가 내보내는 이 시리즈물은 1편 '국적없는 보도, 국익 없는 보도', 2편 '안보독재의 망령에서 벗어나자' 등에서도 모조리 언론탓만 늘어놓는 추태를 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