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6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4일 “요즘 방송사들이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최소한의 공정성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처장은 KBS와 MBC의 한미 FTA 기획보도를 들면서 “제작자의 정치적 관점이 지나치다. 편파방송이 계속되면 국민이 문제삼을 것”이라고 했다. 두 방송사는 미국과 FTA를 맺은 멕시코의 부정적 결과만 집중 보도하면서 정부가 FTA의 희망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는 것이다.

    살다보니 세상에 별일이 다 있다. 대통령부터가 “방송이 없었으면 내가 대통령이 됐겠느냐. 방송이 가자는 대로 가겠다”고 할 만큼 한 몸이 돼버린 정권과 정권방송이 서로 물어뜯고 있으니 말이다. 방송을 좌파 이념의 보급기지로 만들어 재미를 볼 대로 봐 온 이 정권이 그 방송에 한번 물리고 나니 갑자기 정신이 든 것일까.

    지난 3년 동안 방송은 이 정권의 경호원이자 선전원이었고 충견(忠犬)이자 몽둥이였다. 방송은 대통령 탄핵안을 몽둥이로 내리쳐 줬다. 권력에 비판적인 신문들을 끊임없이 물어뜯어 줬다. 김일성의 문간을 제집 드나들듯 한 송두율씨를 통일운동의 선구자로 치켜세웠다. 6.25 때 국군에 의한 양민 학살은 부각시키면서도 대통령 처가가 관여한 좌익의 양민 학살은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함께 발을 동동 굴렀다. 베네수엘라의 선동정치가 차베스를 대한민국이 뒤쫓아야 할 모범으로 소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갖가지 다큐들로 대한민국 건국세력을 욕보이는 것도 모자라 주말 드라마까지 좌파적 역사선전도구로 동원해 왔다.

    그럴 때마다 정권은 말리기보다 오히려 부추겼다. 이렇게 정권이 좌파 이념으로 사육한 방송이 모처럼 FTA를 해보겠다는 정권의 발뒤꿈치를 좌파의 이빨로 물어뜯은 것이다. 순간의 이익과 정치 목표를 위해 방송이라는 공기를 버려놓았던 정권의 자업자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