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 4기로 첫 업무를 시작한 1일 오세훈 서특별별시장은 되도록 말을 아끼며 신중한 모습이었다. 서울시장 도전 보름 만에 쟁쟁한 선배들을 꺾고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낚아 챈 ‘젊은 패기’나 ‘강풍(康風)’을 ‘오풍(吳風)’으로 잠재웠던 ‘참신함’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업무 시작 첫날이 주말인 만큼 3일 정식 취임식을 가진 뒤 시장으로서 첫 업무를 시작해도 되지만 서울 시정에 대한 오 시장의 의욕은 이틀을 앉아서 보내지 않았다. 그만큼 그 자신이 1000만 서울시민을 책임져야 하는 서울시장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듯했다.

    서울시장 당선 전부터 ‘서울 시민의 행복지수’를 강조하고 있는 오 시장은 ‘시민 속에서’ 그 첫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아침 일찍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당직체계 전반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서울시 25개 구청장과의 간담회 등 간단한 일정을 마친 뒤 오 시장은 곧장 남산 기슭에 위치한 서울소방방재센터를 찾았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만큼 서울시민들의 안전 상황부터 점검하겠다는 오 시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노란색 점퍼차림의 오 시장은 재난안전대책상황실에서 수방근무 상황 보고를 받는 내내 엄숙한 표정으로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듣기’에만 열중하면서도 시민 생활과 직결된 침수자동경보기나 하수역류방지기 등에 대해서는 “얼마나 보급된 상태냐” “가구당 몇 개씩 돌아가느냐”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또한 서울 주요 지역의 안전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종합상황실에 들러 자동화된 재해대책 시스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 시장은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첫 행선지를 소방방재센터로 잡았다”며 “항상 긴장된 상태로 서울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심된다”고 말했다. 또한 “장마철이 돌아온 만큼 긴장을 풀지 않겠다. 일어날 수 있는 재난 방지를 위한 사전 점검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오 시장은 이어 중구 경찰 충무지구대를 방문해 치안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오 시장은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치안을 특별히 당부하기도 했다. 동대문운동장은 청계천복원 사업으로 장사터를 잃어버린 노점상들을 위해 임시 풍물시장이 열리고 있는 곳이다. "동대문운동장이 중구 관할이었느냐"며 관심을 보이는 오 시장의 모습에서 세운·대림상가와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해 녹지광장과 문화복합시설을 짓겠다는 구상이 노점상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 대한 그의 고민이 묻어났다.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려던 오 시장은 지구대를 나서는 순간 자신을 기다리던 세명의 중학생과 마주쳤다. 세 학생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오 시장의 표정이 환해지는 순간이었으며 ‘오풍’을 일으켰던 그의 대중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시민들의 안전상황에 대한 점검을 마친 뒤 오 시장은 노인 복지 시설을 찾았다. 노인들을 만난 오 시장은 오전에 보였던 엄숙함에서 벗어나 ‘젊은 시장’으로 돌아간 듯 활기차 보였다.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노인복지센터에 들어서자마자 큰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한 오 시장은 복지센터 안을 가득 채운 노인들과 일일이 두 손으로 악수를 나눴다.

    “어르신들의 행복하고 건강한 모습을 보니 좋다”며 노인복지정책에 힘쓰겠다고 약속하는 오 시장에게 노인들은 “이명박 시장보다 잘해야 한다” “열심히 하라” 등 격려와 함께 박수로 화답했다. 또한 오 시장은 “노래 한곡 하고 가라”는 ‘난관’을 “다음에 노래 연습해서 오겠다”는 ‘애교’로 벗어나기도 했다.

    오 시장은 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서울시장으로서의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