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북이 아닌 ‘우연한 입북’이라고 주장한 납북고교생 김영남씨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야당들은 30일 “미리 준비된 각본”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만은 이를 “북한의 과거행위 해결 의사”라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은 30일 “미리 준비된 각본”이라며 “납북자 문제를 희석하려는 북한의 정치적 속셈에 노무현 정부가 맞장구를 쳤다”고 비판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에서 “영화나 동화도 아니고 어느 날 쪽배에 몸을 맡겼다가 눈을 떠보니 평양이더라는 말에 속아 넘어갈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납북된 김씨의 처지로 보아 그가 진실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북한 당국이 김씨는 선전의 대상으로 이용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슬픔과 분노를 안겨준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말로만 ‘민족’을 외치지 말고 좀 더 성실한 자세로 일회성으로 끝나는 이벤트나 정치선전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모든 이산가족과 납북자, 국군포로 가족들이 상봉과 귀향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는 북한 당국의 처사만 바라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주도하라”고 촉구했다.

    당 제2정책조정위원장인 송영선 의원은 “김씨와 모친 상봉은 철저하게 북한의 계산 속에서 이뤄졌다. 김씨를 통해 북한이 납북자 문제를 희석하려는 정치적 속셈이 보인다”며 “북한의 이런 태도에 맞장구치는 식으로 납북자 상봉 문제에 대응한 노무현 정부의 자세는 지탄 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북한의 기만에 대해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무조건적인 대북지원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과감한 지원’ 약속 등을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매우 유감이다”며 “먼저 북한당국은 책임 있게 진실을 밝혀야 하고 정부도 납북자 전원의 생사확인과 송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북한이 자신의 과거 행위에 대해 해결의사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북한을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너무 쉽게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이 납북자와 전쟁포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요청하고 있다는 점을 읽어야 한다”며 “김씨가 기자회견 말미에 ‘과거를 털어버리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이번 상봉결과를 잘 보도해 달라’고 덧붙인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