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2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북한의 대포동 2호 시험발사 움직임을 놓고 한국과 미국이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북이 의도적으로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미사일 요격시스템을 실전 모드로 전환까지 했다. 그러나 정부는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 아직도 불확실하다”는 말만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정확한 정보력을 가졌느냐다.

    한국은 미 정찰위성이 아니면 북의 미사일 발사대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정보수집 능력이 떨어지는 백두, 금강 정찰기와 감청부대만으로는 ‘까막눈’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미 측이 제공한 정보를 믿어야 한다. 남북관계를 의식해 자꾸 딴소리를 해선 안 된다. 이러니까 미 측이 미사일방어체제의 한 축인 이지스함의 동해 배치 여부조차도 못 알려주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정보력으로 자주(自主)를 외치고 북의 ‘민족끼리’ 주장에 동조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그제 나온 월간 신동아 7월호에 따르면 1999년 6월 연평해전과 2002년 6월 서해교전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치밀하게 계획된 도발이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연평해전 사흘 전에 “이번에 해군사령부에서 영웅이 몇 명 나와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정부는 이런 사실들을 과연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보 공유는 동맹의 출발점이고, 원활한 공유는 굳건한 신뢰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9개월 동안 전화 통화 한번 안 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면 신뢰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청와대는 “실무자들이 여러 채널로 미 측과 충분히 대화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정상끼리의 대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독자적인 정보력도 없고, 정보를 공유할 신뢰관계마저 흔들리는 판인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또 왜 그렇게 서두르는가.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도 모르면서 4800만 국민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겠는가.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어제 “한미공조는 현실이고 민족공조는 착시”라고 했는데, 평소 자주를 강조해 온 그의 진심을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