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2일 사설 '무산된 DJ방북, 차제에 원점에서 재고하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달 말로 예정됐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 무산됐다. DJ 측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 돌출 상황이 벌어져 6월 방북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이 국가적 현안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쓰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DJ 방북은 이런 긍정적 측면과는 거꾸로 우리 사회의 갈등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무엇보다 방북 목적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DJ는 방북 목적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물론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 상설화, 미·일에 대한 북한의 대응 등을 의제로 제시한 적은 있다. 그러나 '납북자나 국군포로 문제에 진전을 가져오겠다'는 등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북 목적을 명쾌하게 천명하지 않았다.

    그 대신 통일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론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성'에 대해 협의하겠다는 뜻을 비췄다. 그러나 이는 남쪽 사회를 극심한 혼란으로 몰고 갈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현재 북·미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놓고 시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6.15 선언'에 나와 있는 '통일방안 합의'도 북한은 사실상 깼다. 이 합의가 '연방제로 가는 출발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누가 무슨 절차를 통해 DJ에게 통일방안을 논의하라고 위임했는가. 그것은 월권이다. '6.15 선언을 완성해 보겠다'는 개인적 욕심이든가, 아니면 밝힐 수 없는 별도의 목적이 따로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북한은 최근 대남 정치·군사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남쪽의 이념적 분열을 노린 '우리 민족끼리'라는 통일전선전술을 확산하고 있다. NLL의 긴장 수위는 점차 고조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전직 대통령이 방북한다면 그들에게 이용만 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방북 연기는 잘한 판단이고, 차제에 방북 자체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