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박4일간에 걸친 '6.15 민족통일대축전'은 '친북(親北).반미(反美)'의 경연장이었다. 북측 대표들은 남쪽의 분열과 반미선동을 위한 이념적 구호인 '민족공조'를 원없이 외쳐댔다.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가 제작한 자료집에는 북한이 찬양하는 '선군정치'의 내용과 북한 국가(國歌) 가사까지 실렸다.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주한미군 몰아내고 통일을 이루자'는 반미 플래카드가 행사장 곳곳에 붙었다.

    올해가 여섯 번째인 이 대회는 처음부터 대남 통일전선전술을 위한 북측의 선전장이었다. '6.15 공동선언' 내용인 상호존중과 내정 불간섭 등의 화해정신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이번 대회는 '6.15 정신'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회의를 갖기에 충분했다. '한나라당 집권 시 남북관계 파탄과 전쟁화염'이라는 안경호 북측 민간대표 단장 발언 때문이다. '6.15선언'을 정면으로 짓밟는 발언을 한 당사자가 북측 단장인데 어떻게 '6.15'운운하며 이런저런 행사를 벌일 수 있는가. 자가당착(自家撞着)도 이럴 수는 없다.

    무엇보다 납득할 수 없는 행사는 '남북 공동수업'이다. 물론 '6.15선언'에 따른 남북 긴장 완화상을 학생들에게 알려줄 필요는 있다. 그러나 휴전선에서의 남북 대치 등 우리의 안보현실에 대한 설명 없이 '경의선 타고 평양을 거쳐 유럽으로 가자'는 식으로 강의한다면 그것은 환상을 불어넣는 세뇌일 뿐이다. 이런 강의를 하려면 북한이 철도 연결 합의를 파기한 배경도 함께 설명해야 학생들도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이 대회가 북한의 이념적 공세의 장(場)이 된 것은 이 정부의 맹목적인 북한 감싸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안 단장의 발언에 말로만 모호한 유감 표명을 하고 넘어갔다. 이러니 이 정권에 대해 북한은 자신들이 '상전'이라는 판단을 하고 오만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이런 식의 행사는 남쪽이 스스로 발등을 찍는 것이다. 왜 이런 행사가 계속돼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