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화려한 이임식을 지켜보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기분은 어땠을까.

    한나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인 두 사람의 명암은 최근 엇갈렸다. 5·31지방선거를 압승으로 마무리 한 박 대표는 청계천 복원으로 대선후보선호도에서 자신을 앞질렀던 이 시장에 역전하며 대표임기를 기분좋게 마무리했다.

    선거에서 한발짝 벗어나 있어 박 대표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이 시장은 상대적으로 덜 화려한(?) 퇴임을 맞게됐다. '청계천 복원' 효과가 빠지고 이후 특별한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박 대표를 멀찌감치 따돌렸던 지지율은 어느새 박 대표에게 추월당하고 말았다. 이 시장이 선거란 특수한 상황을 맞은 박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각광을 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시장은 16일 한나라당 중앙당사 앞마당에서 열린 박근혜 대표 이임식에 참석했다. 박 대표가 당사를 빠져나갈 때까지 약 50여분간 진행된 이임식에서 이 시장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날의 주인공이 박 대표인 만큼 이 시장 역시 이에 대해 어느정도 예상은 했겠지만 그래도 생각 이상으로 화려하고 당원들과 일반시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박 대표의 모습에 내심 불편해하는듯 보였다.

    27개월 간 박 대표의 활동보고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허태열 사무총장은 5분여 동안 누구도 쉽게 만들어내기 힘든 박 대표의 업적을 나열하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행사 참석자들 역시 허 총장이 박 대표의 업적을 조목조목 밝힐 때마다 박수갈채를 보내며 추임새를 넣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이 시장의 표정엔 그늘이 진 듯 했다.

    허 총장에 이어 당직자를 대표에 환송사를 낭독한 이재오 원내대표 역시 박 대표에 대한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반(反)박근혜인 동시에 친(親)이명박 인사로 분류되는 이 원내대표는 155일간 박 대표와 손발을 맞춰온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며 "짧은 시간이나마 대표님과 함께 일을 하며 배우고 느낀 모든 점들은 저 개인으로나 당으로나 큰 자산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박 대표 피습사건 당시의 일을 회상하며 "(박 대표 피습소식을 들었을 때)사건의 진상도 상처의 경중도 알지 못한 채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놓았지만 눈앞이 캄캄했다. (그때)비서실장이 건넨 (박 대표의)첫 마디는 '흔들리지 말고 선거에 임하라는 것'이었다"며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급한 상황에서 당과 나라를 생각하는 대표님의 모든 것이 그 속에 담겨있었다"도 했다.

    또 "'오버하지 말라'는 (박 대표의)메시지를 통해 저는 비로소 대표님이 병원에 있을 동안 당의 흐름을 잡을 수 있었으며 국민과 약속한 선거전에 모든 것을 던져 싸울 수 있었다"고 말한 뒤 "당은 대표님이 남긴 고요함과 또렷함의 원칙을 갖고 국민과 나라를 위해 더욱 더 헌신할 것이며 모든 것을 던져 국민의 기대에 보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이 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당선 직후 직무인수위원장을 맡으며 누구보다 이 시장 친분관계가 두터웠던 이 원내대표가 대권경쟁자인 박 대표에 대한 칭송을 아끼지 않는 광경을 지켜본 이 시장의 모습은 기자가 그렇게 봐서 그런지 씁쓸한 표정이었다. 박수에도 힘이 빠진 듯 했다.

    마지막 박 대표가 이임사를 낭독할 땐 박 대표를 잘 쳐다보지도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박 대표가 이임사를 마치고 당사 앞마당에 마련된 천막당사 전시관과 자신의 주요활동을 담은 몇몇 사진들을 돌아보기 위해 당사를 한 바퀴 돌 때 참석자들의 시선은 모두 박 대표를 향했고 참석자들의 발걸음은 박 대표의 뒤를 따라 밟기에 바빴다.

    이때 많은 인파속에 이 시장의 모습은 쉽게 찾기 힘들 정도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당사를 떠난 박 대표는 마지막 순간까지 박사모 등 지지자들과 일반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떠났다. 반면 이 시장은 행사에 손님으로 초대받고도 몇몇 보좌진들과 함께 당사 몇미터 밖에 세워진 자가용으로 걸어가 행사장을 떠났고 이 시장을 배웅하는 이는 소수에 그쳤다.

    박 대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초라한 환송에 이날 이 시장은 내심 마음이 상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정치인은 절대평가가 아닌 늘 상대평가를 받고 있는 특수직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대한 다소 억울함은 스스로 감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누구보다 일에 대한 추진력이 뛰어나고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만큼 위축될 필요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란 늘 급변하고 지지율 또한 언제나 상황에 따라 요동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