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6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이 15일 “전교조가 지나치게 교사 집단만을 대변하느라고 학생 학부모로부터 외면당하고 고립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가 이제 반대세력에서 한 단계 넘어 대안세력이 돼야 한다”면서 전교조가 방과후학교와 교원평가제 등을 반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어교사 출신인 그는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해직과 옥고를 겪고 1989년 전교조 결성을 주도한 창설 멤버다. 전교조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론가로 청와대가 1년 전 공을 들여 영입해 바로 얼마 전까지 교육문화비서관으로 일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보다 보다 못해 전교조에 이처럼 쓴 소리를 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에는 역시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부산교대 심성보 교수가 ‘YMCA 교육민주화 선언 20주년’ 심포지엄에서 “전교조의 진보적 교사들이 민주화 이후에도 투쟁의식이 습관화 돼 내면에 폭력의 싹이 자라면서 공격대상이 사라져도 공격성이 남아 있고 (학생에 대한) 보살핌의 마음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전교조가 들었다 놓았다 하는 오늘의 한국 교육에 대해 정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면 김 전비서관과 심 교수 같은 ‘역전의 투사’들이 이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

    이런 선배들의 진심 어린 걱정을 지금의 전교조가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일까. 당장 장혜옥 현 위원장은 “김 전비서관이 현재의 전교조 시스템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귀부터 막았다. 교원평가는 말할 것 없고 초등학교 1·2학년 영어교육, 수학·영어 수준별 교육, 고교 시험문제 공개, 방과후학교, 국제중학교와 자립형 사립고, 교원 성과급의 실적에 따른 지급 등 全전 교육현안에 대해 ‘반대’ ‘반대’ ‘반대’를 외치는 오늘의 전교조 위원장다운 말이다. 학생의 지적(知的)·인격적 성장과 한국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손해가 되거나 피곤한 일은 무조건 싫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툭하면 계기수업이다 뭐다 하면서 어린 학생들 머리에 구식(舊式) 사회주의의 빗나간 이념이나 들이부으려 드니 어느 학부모가 이들에게 자식을 맡기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
    전교조더러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후세를 교육하는 교육자로서의 순수한 열정과 진심을 회복해 우리 아이들을 세계를 헤쳐나갈 수 있는 그런 큰 인물로 길러내라는 말이다. 그때 우리 교사들은 지금 ‘교육 노동자’ 신세를 벗어나 모두가 우러르는 ‘교육 성직자’라는 옛 명예를 되찾게 될 것이다.